[IT단상]IT와 BT가 만나면

◆복성해 생명공학연구원장

 수년전에 상영돼 최고의 흥행을 기록했던 영화 `쥐라기 공원`은 수백만년전에 살던 공룡들이 현실세계에서처럼 생생하게 재현됐다.

 수백만년전 공룡의 피를 빨던 모기가 나무의 수액속에 갇혀서 호박(琥珀)으로 변하고, 현대의 생명공학자들이 호박속 모기의 피에서 미량의 유전자(DNA)를 추출해 대량으로 증폭한 다음 개구리의 난자에 넣어 부화시켜 공룡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이 영화의 과학적 가설이다.

 DNA만 있으면 멸종된 동식물들도 복제해 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아무리 동물복제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수백만년 전에 멸종된 생물의 DNA를 구할 수 없었다면 현대에서의 공룡의 재현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 공룡들을 복원시켜 관객앞으로 데려다 준 기술이 있었다. 바로 컴퓨터 애니메이션 기술이다.

 오늘날 생명공학(BT)기술의 혁신은 정보기술(IT)의 진보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완성도 따지고 보면 슈퍼컴과 생물정보 소프트웨어 기술의 결정적인 기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포스트게놈시대`라고 하는 21세기에는 유전자의 기능을 알아내고 단백질체(프로테오믹스)의 구조를 밝혀내서 신약개발과 질병치료에 응용될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일을 진행시키는 데는 생물학과 전산학을 겸비한 고급인력과 대용량의 컴퓨터, 분석기기 및 소프트웨어가 필수적이다.

  최근 인간게놈프로젝트 완료의 공동발표자로 유명한 크레이그 벤터가 회장으로 있는 미국의 ‘셀레라 지노믹스’사를 방문했는데 과학자들이 벤치에 앉아서 실험하는 종래의 연구실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슈퍼컴과 대용량 분석기기들이 큰 방에 수백대씩 설치돼 있어 이곳이 컴퓨터 정보회사인지 생명공학회사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IT강국이므로 이를 잘 활용하면 바이오강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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