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건강보험카드사업 발표에 업계 술렁

 보건복지부의 ‘내년 도입을 목표로 건강보험 스마트카드 사업을 준비하고 있으며 사업자를 민자유치방식으로 진행한다’는 발표는 정보기술 관련 업계를 온통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놓고 있다.

 특히 업체들이 2년전부터 의료보험에 스마트카드 도입을 꾸준하게 제안해온 데다 비트컴퓨터 등 일부 의료정보업체들이 건강카드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복지부의 발표는 ‘작은 불씨에 기름을 부은 격’이란 평가다. 본지 3일자 39면 참조

 ◇도입 배경=정확한 검토없이 의약분업의 강행으로 건강보험재정난을 부추긴 데 대해 책임소재를 물어 최선정 전 복지부 장관이 경질되고 김원길 신임 장관이 입각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업체의 의견을 수렴, 건강보험카드 도입을 검토한 데서 비롯됐다.

 그러나 당초 발표 시점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사회보장연구센터의 건강보험카드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는 6월 이후로 예상됐으나 복지부가 이를 너무 일찍 서둘렀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 내부에서 구체적인 사업추진 방향과 타당성 등에 대해 어떤 결론도 나지않는 상황에서 스마트카드 도입에 따른 장밋빛만을 보고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렸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복지부내 의료정보화 주무 부서인 기획관리실 정보화담당관과 연금보험국 보험정책과간의 업무협조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다 보험정책과 한 관계자는 “스마트카드사업을 하겠다는 뜻이지, 구체적인 실행안이 나온 상태는 아니다”고 말했다.

 ◇기대효과=신용카드 기능이 부가된 스마트카드가 복지부의 의지대로 도입되면 진료, 처방, 조제, 급여청구, 보험료납부 등 건강보험과 관련한 모든 행정업무가 전산화돼 건강보험관리공단의 관리비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특히 현재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보험급여의 허위·부당청구, 의·약사의 담합 등 불법행위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재정난을 완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 종이 건강보험증에 기재된 기본정보 외에 투약처방내역, 혈액형, 알레르기, 예방접종 등에 대한 정보를 스마트카드 칩에 내장하게 되면 전국 어떤 의료기관에서도 똑같은 데이터를 갖고 효율적인 진료와 처방을 받을 수 있는 등 국민복지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이점이 있다.

 이외에 산업발전 측면에서도 커다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전자주민증 도입이 수포로 돌아감으로 인해 위축됐던 스마트카드 관련 업계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특히 스마트카드 전용 칩, COS(Chip Operating System) 등 인프라 기술을 개발하는데 촉매제 역할을 함으로써 최근 급성장 추세에 있는 세계 스마트카드용 IC 시장에서 국가 경쟁력을 갖추는 데 발판이 될 수 있다.

 ◇시장 현황=업체들이 건강보험카드 사업에 적극 나서는 것은 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하기 때문.

 건강보험카드는 모든 국민이 필수적으로 지니고 있어야 되고 인구 수는 생사를 거듭하면서 늘어나는 추세여서 이 카드에 신용카드, 전자화폐 등 기능을 결합해 창출되는 부가서비스 시장을 돈으로 환산하면 천문학적일 뿐만 아니라 업체가 망하지 않는 한 평생 이어갈 수 있는 사업이다.

 이 사업엔 16kB, 32kB 등 메모리 용량에 따라 장당 3000원과 1만원짜리인 IC가 있어 1400억∼6000억원(보험적용 대상자 4589만명 기준)의 IC칩 시장을 형성한다. 또 카드 판독기 경우 125억원(요양기관 6만2400곳X20만원), 프로그램 개발과 전산망 구축에 3000억원 등으로 컨소시엄이 건강보험카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선 대략 4000억∼1조원의 자금을 투자해야 하는 거대사업으로 추산되고 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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