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일본상품 불매운동

불과 두달 전 한국의 한 젊은이가 일본 지하철에서 일본인을 구했던 일이 대서특필된 바 있는데, 아직도 일본교과서 파문이 정리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분한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다.

 이와 관련해 국내 시민·사회단체들도 갖가지 방법을 통해 일본측에 항의의 수위를 높이고 있으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일본제품 불매운동이다.

 그런데 교과서 문제를 일본상품 불매운동과 연관시키는 데 대해 몇 가지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불매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도 전자상가에서는 최근 결혼시즌과 야외활동 인구가 늘면서 캠코더 수요가 늘고 있으며 특히 소니와 JVC 캠코더가 제품부족현상을 보일 정도로 인기라고 한다.

 과연 우리 국민의 애국심이 이것밖에 안되나(?)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이는 경제활동에 있어 자연스러운 부분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비단 캠코더가 아니더라도 소비자들은 가격과 품질, 디자인, 브랜드 등을 판단해 우수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반대로 국산제품이 우수해 애국심에 호소를 안해도 외산보다 잘 팔리는 제품도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또 이 같은 국내 반일감정으로 인해 불똥이 튀고 있는 국내소재 일본 다국적기업들의 입장이다. 소니와 JVC 등 일본기업의 국내법인들은 최근 숨을 죽이고 마케팅 활동도 거의 중단한 생태다. 그러나 소니코리아가 지난해 마산에서 수출한 금액은 1조2500억원을 넘어섰으며 우리 정부에 낸 법인세는 200억원 정도다. 소니코리아의 국내 고용인원은 4500명이며 외주까지 합하면 6500명 정도가 소니코리아와 인연을 맺고 있다. 이같은 다국적기업은 본국에 거점을 둔 본사와 각 거점이 독립적인 이익관리단위로서의 성격을 지니며 그 이익을 현지에 재투자함을 원칙으로 한다. 이를 고려할 때 불매운동으로 무조건 이들 기업의 매출을 떨어뜨리는 것이 국내경제에 과연 도움이 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그 동안 우리는 국제화를 연일 외치면서도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불매운동이라는 단어를 개입시켜 왔다. 품질엔 품질로, 외교는 외교로 우리의 목소리를 당당히 내고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으면 더욱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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