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대형 할인점 사업 벌인다

SK가 현재 주유소를 거점으로 벌이고 있는 편의점 사업(SKOK마트)을 대형 소매유통사업으로 크게 확대한다.

 23일 SK글로벌 에너지판매사업부문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들어 각 편의점들이 20 ∼30%의 마진을 남기는 등 사업이 만족스럽게 진행됨에 따라 하반기 전문 컨설팅사로부터 사업 타당성에 대한 컨설팅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유통사업본부(김명곤 상무)에서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 마련에 착수했기 때문에 늦어도 연내 사업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최태원 SK 회장과 대형 할인점(이마트)을 운영하고 있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직접 공동사업을 추진키로 합의를 마친 상태라 SK의 소매유통사업은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현황 = SK 편의점 사업은 지난 97년 주유소를 디지털화하는 그룹 ‘사이버 LMC’ 사업의 일환으로 당시 SK에너지판매에서 주유소의 사무실 공간을 활용하는 차원에서 시작됐다. 당시에는 주유소와 편의점을 함께 운영하는 ‘병설편의점’ 비즈니스 모델을 차용, 미국의 AMPM의 브랜드를 도입했다.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SK는 지난 99년 10월 자체 브랜드인 ‘SKOK마트’로 변경했으며 현재 3700개 주유소 대리점 중 150개 대리점이 편의점을 병설 운영하고 있다.

 ◇ 어떻게 펼치나 =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는 SKOK마트는 주유를 위해 들린 고객이 담배나 음료 등의 잡화를 사는 정도다.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으나 업계에서 점치는 가장 유력한 모델은 ‘슈퍼와 대형 할인점’의 중간 규모다. 즉 현재 운영하는 소규모의 편의점이 아닌 대형 할인점과 경쟁 관계가 되는 사업이다. 이는 SK측에서도 밝힌대로 ‘거점을 주유소로 국한하지 않고 외부로 확대할 것’이란 계획에서도 뒷받침한다.

 주유를 하면서 소비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동시에 구매하는 병설편의점 모델은 미국처럼 국토가 넓고 셀프주유가 일반화된 국가에서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 소비행태가 좀 다른 우리나라에 바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유소와 편의점은 일반 생활에 밀접하다는 점에서 사업적으로 시너지를 올릴 수 있는 영역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할인점에 들린 고객들이 구매행위를 끝내고 주유를 하게 될 경우’를 말한다. 변형된 병설편의점은 오히려 SK에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것이다.

 SK의 이런 전략은 신세계와 제휴에서도 알 수 있다. 두 회장이 합의한 내용에 따르면 신세계는 SK가 운영하게 될 할인점에 물품공급 등 유통·물류 인프라를 책임진다. 이미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으로 소매유통사업에 진출한 신세계의 숙제는 더 이상 할인점 1위에만 머무를 수 없다는 점이고, 그룹이 보유한 물류·유통 인프라를 활용할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 있다. 거점과 브랜드라는 사업 단초를 확보하고 있는 SK로서도 비어있는 물류인프라를 신세계로부터 얻게 돼 양자 모두에게 ‘윈-윈’ 효과를 내온다는 것이다.

 ◇전망 = SK의 본격적인 소매유통사업 진출은 새로운 소매유통 업태를 국내 시장에 형성시키는 촉발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즉 할인점과 동네 편의점의 중간 단계인 슈퍼가 국내 유통업계에 새롭게 진입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되는 셈이다. 이미 LG·롯데·신세계 등 유통대기업들이 종전 편의점·백화점·할인점 외에 신규 사업인 슈퍼를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이 시장을 놓고 SK와 한판 승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LG유통 관계자는 “SK의 유통업태가 기존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 있는 기존 유통시장과는 차별화됐다는 점에서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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