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제품의 가격 하락이 예상되면서 액정표시장치(LCD)업체들이 고민에 빠졌다.
기존 보급형(STN) LCD업체들은 신규로 의욕을 갖고 추진하는 컬러 STN LCD사업이 정상궤도에 진입하기도 전에 시장을 빼앗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1년여 동안 가격 하락에 시달렸던 박막트랜지스터(TFT) LCD업체들은 중소형 시장에서도 전철을 밟지 않을까 조심스럽다.
◇가격 하락 배경=중소형 LCD는 주문 생산의 특성으로 인해 아무리 불황이라 해도 가격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본 업체를 중심으로 이 시장에 대한 신규 진출이 늘어나면서 가격 구조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이 시장을 장악한 샤프에 이어 도시바, 후지쯔 등 일본의 대부분 TFT LCD업체들은 대형 제품 시장에서 한국 업체에 밀리자 중소형쪽으로 돌아섰다. 대만과 한국 업체들도 가세하고 있다. 최근 대만의 유니팩과 에이서디스플레이테크놀로지(ADT)는 최근 합병과 아울러 유니팩의 기존 공장을 중소형 제품 위주로 재편하고 있다.
삼성전자, LG필립스LCD 등 국내 업체들도 휴대폰용 2인치 제품을 중심으로 중소형 TFT LCD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가격 동향=중소형 LCD는 워낙 용도가 다양해 가격 구조도 다르나 대체로 올해 10%대의 가격 하락이 점쳐지고 있다.
특히 휴대폰과 같이 기존 STN LCD와 TFT LCD업체의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한 품목에서는 15% 이상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표참조
다만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개인휴대단말기(PDA)용 LCD의 경우 시스템업체가 워낙 많이 증가해 가격 구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1년 사이 50% 가까이 하락한 대화면 TFT LCD의 가격과 비교하면 10∼15%의 가격 하락은 그다지 심각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중소형 제품은 대화면 제품에 비해 값이 싼데다 물량도 적은 편이어서 이같은 가격 하락은 적잖은 타격이 될 수 있다. 마진율이 낮은 기존 STN LCD업체들은 원가 경쟁력을 갖추지 않는 한 경쟁업체는 물론 TFT LCD업체에 밀리는 이중고를 겪어야 할 판이다.
◇업계의 고민=STN LCD업체들은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컬러 STN LCD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경쟁제품인 TFT LCD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IMT2000 단말기 같은 제품의 보급이 본격화하려면 적어도 3∼4년이 걸리고 그 사이 컬러 STN LCD사업으로 충분히 ‘본전’을 뽑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런데 초기부터 가격 경쟁이 벌어져 이같은 전략이 어긋나게 됐다. TFT LCD업체들이 공격적인 가격 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돼 고마진을 챙기기 어려울 전망이다. 아예 초기 시장을 TFT LCD에 빼앗길 수도 있다.
STN LCD업체들이 TFT LCD의 가격 동향에 민감한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TFT LCD업체 역시 부담을 느끼고 있다. 가격 차이가 좁혀져 STN LCD시장을 조기에 잠식할 수 있으나 워낙 경쟁자가 많은데다 가격도 떨어져 적정 이익을 챙기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면 괜찮지만 당장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일본 TFT LCD업체들을 중소형 시장으로 내몰았던 일본 샤프도 최근 이같은 이유로 다시 대형 제품 시장에 집중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삼성전자, LG필립스도 초기부터 저온폴리 TFT LCD로 집중 공략하려던 전략에서 일보 후퇴해 초기에는 기존 TFT LCD 위주로 사업을 전개하고 저온폴리에 대한 투자 시점과 제품 출시 시점을 다시 짜고 있다.
TFT LCD업체들은 특히 대형 거래처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치열한 가격 경쟁에서 힘들어질 것으로 보고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LCD업체든 시스템업체든 경기가 조기에 회복돼 시스템 수요가 늘어나기만을 바라고 있다.
중소형 제품이 본격적인 가격 하락 국면에 접어들고 있으나 그동안 곤두박질했던 대형 LCD는 이달말께를 고비로 바닥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돼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테슬라, 중국산 '뉴 모델 Y' 2분기 韓 출시…1200만원 가격 인상
-
2
필옵틱스, 유리기판 '싱귤레이션' 장비 1호기 출하
-
3
단독민주당 '과학기술정보통신AI부' 설립·부총리급 격상 추진
-
4
'전고체 시동' 엠플러스, LG엔솔에 패키징 장비 공급
-
5
헌재, 감사원장·검사 3명 탄핵 모두 기각..8명 전원 일치
-
6
모바일 주민등록증 전국 발급 개시…디지털 신분증 시대 도약
-
7
최상목, 14일 임시국무회의 소집..명태균특별법 거부권 행사 결정
-
8
구형 갤럭시도 삼성 '개인비서' 쓴다…내달부터 원UI 7 정식 배포
-
9
공공·민간 가리지 않고 사이버공격 기승…'디도스'·'크리덴셜 스터핑' 주의
-
10
상법 개정안, 野 주도로 본회의 통과…與 “거부권 행사 건의”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