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희망 산업단지를 가다>(3)광주 하남산업단지

광주지역 산업구조는 공업기반이 취약하고 서비스업 위주의 3차산업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생산은 없고 소비도시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이러한 광주지역의 경제구조가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하남산업단지에 이어 첨단과학산업단지 등의 조성으로 제조업 기반이 지속적으로 확충되고 있다.

 그 중 하남산업단지에 거는 지역경제의 기대는 매우 크다. 지난 82년 9월 지방공업개발장려지구로 지정된 뒤 91년까지 3차례에 걸쳐 조성된 지역의 대표 공단으로 타 지역에 비해 역사가 비교적 짧지만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동안 입주업체들의 가장 큰 애로점으로 꼽혀온 물류문제가 광양항의 활성화로 해결될 기미가 보이는데다 광주시가 하남과 첨단산업단지에 국가전략산업인 광산업 집적화단지 조성을 추진하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다.

◇현황 및 특징=하남산단은 현재 광주지역에 조성된 산업단지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지원 및 공공시설 431평을 포함, 모두 180만4000평에 771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입주업체 가운데 조립금속 및 기계업종은 모두 343개 업체로 가장 많고 화학 70개, 식품 30개 업체 순이다.

 연간 총생산량 목표는 5조여원, 수출액은 16억달러. 이는 광주시 총생산과 총수출액의 30% 이상이다. 뿐만 아니라 고용인구도 2만2000여명으로 광주지역 고용인구의 상당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그만큼 하남산단에 입주해 있는 업체들은 지역경제의 희망이라 할 수 있다.

 하남산단의 가장 큰 특징은 종업원수가 100명 안팎인 업체가 대부분이라는 것. 또 삼성광주전자·대우전자 등 대기업이 하남산단의 경기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특히 이들 대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이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일반 백색가전에 치우쳐 계절적 영향에 민감하다는 점이 지역경제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현재 가동률은 84.5%, 고용인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00여명 늘어날 정도로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또 올해 목표한 생산과 수출량도 1·4분기에 20% 이상을 달성, IMF의 쇼크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주요업체=지난해 무역협회 광주·전남지부가 집계한 수출실적에 따르면 하남산단 입주업체들은 지역경제 발전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지역 수출 2위와 3위는 산단에 입주한 에어컨 전문업체 캐리어와 비디오부품 및 금형생산업체인 한국알프스가 각각 차지했다. 이들 업체 외에도 화천기공(공작기계)·하남전자(콘덴서 부품)·금동조명(형광램프) 등도 ‘외화벌이’의 첨병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95년 공장을 신축한 휴먼전자는 탄탄한 기술력을 무기로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93년 국가기술지도업체(공업기술원)와 유망중소기업(기업은행), 95년 우량기술기업(기술신용보증기금)으로 잇따라 선정됐다. 이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96년 중국 톈진에 현지공장을 설립했으며 96년 신한국인상과 97년 500만달러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물류용기인 파레트 제조업체인 골드라인은 국내 유일의 완전 공장자동화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회사 제품은 가벼우면서도 내구성이 뛰어나 해외에서도 호평받고 있다. 전자부품 및 계측기기 생산업체 LG이노텍, 리튬건전지 생산업체인 애니셀, 가스레인지 등 가전부품 제조업체 휴먼전자, VCR 헤드드럼을 최초로 국산화하고 최근에는 광통신부품생산에 주력하고 있는 세협테크닉스 등도 지역경제를 선도하는 업체들로 꼽힌다.

 ◇문제점 및 전망=지난해부터 고유가와 소비위축이 계속 이어지자 가동을 멈추거나 축소하는 업체가 좀체 줄어들지 않고 있다. 또 공장용지가 싼 곳으로 이전하기 위해 부지를 내놓은 업체도 잇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하남산단 입주업체 관계자는 “경기의 장기침체로 생산이 둔화되고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비록 정부의 저금리 정책에 따라 은행 금리가 내렸다고 하지만 중소기업으로서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부실을 우려한 금융권이 여전히 물적담보를 요구해 자본난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악조건을 정보기술(IT)업체로의 변신으로 극복하고 있다. 업체 대부분이 매출의 20∼30%를 고부가가치기술 개발에 재투자해 우수한 제품으로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가 하면 전통 제조기업에서 첨단 미래산업으로 업종을 바꾸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하남산단은 지난해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정보화촉진 시범지역으로 선정돼 사내 근거리통신망(LAN) 구축 및 전용회선 설치에 따른 소요비용을 지원받아 정보화 산단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 등 선진 정보화 경영기법도 속속 도입하고 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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