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죽은 직원들 어깨펴고 기 살리기-벤처들「百藥처방」

　‘휴먼터치’ ‘캥거루’ ‘골든벨’.

　자금줄 고갈과 코스닥 하락 등 벤처 침체분위기 속에 직원들의 얼굴에 웃음이 사라지자 한글과컴퓨터·KT인터넷·브리지텍·옥션 등 벤처기업들이 직원들의 사기진작책으로 마련한 새로운 개념의 제도들이다.

직원들에게 경영진회의를 공개해 회사를 이해시키고 직원간 의사교류를 활성화하거나 신입직원들의 이탈을 막고 사내의 경사를 전직원이 공유하도록 하려는 제도들이다.

　‘휴먼터치’는 한글과컴퓨터(대표 전하진 http://www.haansoft.com)가 이달부터 시행하는 제도다. 한마디로 자연친화적인 업무분위기 마련은 물론 경영자와 직원간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제도다. 한컴은 우선 기업경영회의를 전직원에게 공개해 회사의 상황을 이해시키고 있다. 또 지난 2월초 서울 논현동 신사옥으로 회사를 이전한 후 1층 실내공간 일부를 야외정원 그대로 재현, 매일 컴퓨터 모니터만 쳐다보고 일을 하기 때문에 계절이 바뀌는지도 모를 정도로 마음이 삭막해질 수 있는 직원들에게 실내에서나마 자연상태에서 휴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직원들이 휴식을 취하면서 의사교류를 활성화하자는 의도도 담겨 있다.

　‘한컴비어파티’ 또한 한컴이 내세우는 직원 사기진작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감초. 생일대상자 축하, 베스트한컴인 선발 등이 이 행사를 통해 이뤄진다.

　한컴 전하진 사장은 “신세대 직원들이 절대적으로 많은 기업인 만큼 휴먼터치라는 개념으로 기업을 이해시키면서 직원의 사기진작을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마케팅업체인 KT인터넷(대표 김태윤 http://www.ktinternet.com)은 새로 입사했거나 전직한 직원의 적응을 도와주는, 일명 ‘캥거루’제도를 지난 2월부터 도입·운영하고 있다. 캥거루 어미가 새끼를 혼자 설 수 있을 때까지 주머니속에 넣고 보호해 주는 것 처럼 신입직원들을 선배들과 일대일로 연계시켜 회사생활에 적응할 수 있게 챙겨 주도록 하는 제도다. 캥거루 어미가 되는 선배는 3개월간 새로 입사한 직원들의 업무 파악을 도와주는 것은 물론 회식자리를 자주 마련, 낯선 환경에 쉽게 적응하고 안정감을 찾도록 지원하자는 의도다. 이 회사는 현재 7쌍의 캥거루 가족에게 일인당 매달 10만원씩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 회사 유옥진 차장은 “대기업은 장기적 사원육성 프로그램이 있으나 중소벤처기업은 없는 데 대한 대안으로 이같은 프로그램이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메시징시스템 개발업체인 브리지텍(대표 이상호 http://www.bridgetec.co.kr)이 시행하는 ‘골든벨’제도는 대형 프로젝트를 성사시켰거나 직원 출산 등 경사가 있을 때 골든벨을 울려 업무시간 후 축하파티를 여는 것. 이 회사는 이같은 골든벨제도와 함께 회사 순익의 10%를 전직원과 공유하는 제도도 실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결산순익의 10%인 1억1500만원을 지난달 전직원에게 배분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또 지난해 상반기부터 전직원에게 직급과 무관하게 기혼자 2억원, 미혼자 1억원의 보험을 회사에서 가입해 주고 있다.

　지난 2월 15일 미국 e베이사에 최종 인수되면서 실무진간 영어의 필요성이 절실해진 옥션(대표 이금룡 http://www.auction.co.kr)은 170명 전직원에게 영어교육비용으로 이달부터 매달 5만∼10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이는 회사가 제안했다기 보다 e베이를 대주주로 맞이하게 된 상황에서 직원들간 자발적인 학습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이뤄진 경우다. 이 때문에 옥션근처 소재의 ULI·프린스턴어학원은 때아닌 호황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같은 사례는 물론 아직까지도 경영실적이 괜찮거나 잠재력있는 회사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닷컴위기와 벤처붕괴가 아니냐는 위기감속에서 이들 기업의 직원 사기진작 노력은 서울 테헤란밸리에서 신선한 청량제로 회자되고 있다.

<이재구기자 jkle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