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장애인과 IT정책

장애인을 위한 우리나라 정보화 정책은 결코 서구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다. 대통령은 틈만 나면 장애인의 정보격차 해소를 강조하고 있고, 관계부처는 부처대로 장애인 정보화를 위한 정책수립에 여념이 없다. 정통부는 오는 2003년까지 장애인들이 정부가 지정하는 교육기관에서 컴퓨터 및 인터넷 활용 방법을 무료로 배울 수 있도록 했으며, 교육인적자원부는 장애인교육복지정보센터를 운영하면서 장애인의 원격교육과 복지, 고용 등과 관련된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또한 교육부 등 관련부처와 공동으로 장애인의 사회적 적응력을 키우기 위해 컴퓨터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장애인 복지시설에 PC를 기증하는 기업에 대해선 일정부분의 세금을 감면해 준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정부 정책이 그대로 이루어진다면 장애인에 대한 우리의 정책은 선진국과 별로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우리의 실제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물론 그 현실을 객관적인 수치를 통해 명확하게 밝힐 수 없지만 그 수준은 ‘기대이하’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듯 싶다. 좀 지난 자료이긴 하지만 작년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 밝힌 자료가 그 실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장애인들의 컴퓨터 이용률은 18.3%밖에 안된다. 정상인들의 컴퓨터 이용률 40.6%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인 수는 모두 146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렇게 봤을 때 18만명 조금 넘는 장애인들이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손쉽게 컴퓨터나 인터넷을 접할 수 없는 장애인들의 핸디캡을 고려하더라도 이용률은 상당히 저조하다고 하겠다. 물론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도 이러한 경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는 아니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장애인에 대한 복지수준은 국가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적인 요소다. 그 중에서도 장애인의 정보화수준은 다른 어떤 요소보다 중요하게 평가되고 있다. 그것은 장애인의 생활편의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서구 선진국들은 오래 전부터 장애인 정보화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시각, 청각, 지체 장애인들도 마음만 먹으면 컴퓨터를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고 인터넷을 통해 각종 정보를 검색해 볼 수 있다. 또 장애인 교육, 복지 고용 및 재활서비스와 관련된 정보관리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신체적 장애 때문에 컴퓨터·인터넷을 활용하지 못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얻지 못하는 그런 일은 없다.

 그렇다고 우리의 장애인 정보화에 대한 미래비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통부는 장애인들이 신체적 여건에 구애받지 않고 정보통신기기 및 정보통신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정보통신 접근성 보장지침’을 수립키로 하고 본격적인 실무작업을 벌이고 있다.

 장애인 정보화를 위한 업체들의 활동도 볼 만하다. 장애인들의 고장난 컴퓨터를 무료로 수리해 주는 기업이 있는가 장애인 관련 단체에 PC나 정보화 교육기자재를 무료로 제공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일부 업체들은 학구열이 불타는 장애인에 대해선 장학금을 지원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장애인 정보화에 대한 미래를 밝게 해주는 대목이라 하겠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서둘러야 할 과제는 일단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더 많은 장애인들이 사회참여와 평등을 이뤄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장애인 정보화를 제도적으로 정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부와 기업이 장애인들의 정보화 이용을 촉진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일이다.

 이 문제를 잘 해결해야 장애인들의 사회적 적응력을 향상시킬 수 있고 선진 장애인 정보화 국가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 정부가 장애인의 컴퓨터 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단말기 개발과 관련 정보의 데이터베이스화가 시대적인 흐름에 맞춰 좀더 신속하게 이루어졌으면 한다. 특히 장애인들의 장애 특성에 맞는 적합한 정보화 교육 프로그램과 콘텐츠 개발 그리고 전문인력 양성 등의 문제를 서둘러 해결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장애인 정보화 정책은 이들의 단순한 보호나 동정 차원에서 추진되어서는 안된다. 하나의 독립된 사회인으로서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반과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관련부처가 공동으로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우리의 장애인 정보화를 다시 한번 되짚어 봤으면 한다.

<금기현 IT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