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정보통신 매각협상 결렬 배경과 전망

쌍용정보통신 지분매각이 사실상 결렬됨에 따라 누가 칼라일에 이은 협상대상자로 나설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6일 쌍용양회의 채권단에 따르면 “그동안 쌍용정보통신 지분매각과 관련, 협상을 지속해오던 미국의 투자펀드인 칼라일그룹이 계속 무리한 요구를 해와 협상이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이미 2주전 칼라일측의 협상팀이 철수했으며 현재 협상종료를 위한 실무작업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쌍용양회는 지난 1월14일 기업정상화를 위해 칼라일과 쌍용정보통신 지분 384만주(71%)를 3168억원에 매각하는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왜 결렬됐나=채권단은 이번 협상결렬이 칼라일측의 무리한 요구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칼라일이 기본계약체결 당시 쌍용정보통신의 지분인수방식에 합의해 놓고 배타적 협상에서 자산인수방식을 주장, 협상이 결렬되고 있다는 게 채권단의 설명이다.

자산인수방식은 지분인수에 비해 다른 주주들의 동의가 필요해 매수청구권 등에 따른 비용부담과 주총 등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없는 채권단이나 쌍용양회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칼라일이 협상과정에서 쌍용정보통신의 과거와 현재의 영업활동 및 관리활동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실에 대해 모두 보상해줄 것을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정보통신 매각협상에 깊이 간여해 온 한 증권관계자는 “쌍용정보통신의 우발채무(contigent liabilities)에 따른 법률적 문제가 발생해 협상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양측의 감정대립도 협상결렬의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달 쌍용정보통신의 실사를 근거로 제시한 회사상황에 대해 향후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를 보장하는 방안을 제시하라는 칼라일의 요구에 쌍용양회측의 심기가 불편해졌다는 것. 이로 인해 양측은 감정의 골이 깊어졌고 결국 협상결렬로까지 이어졌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쌍용양회는 “이달 말까지 칼라일과 협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희박하지만 쌍용정보통신 지분매각이 극적으로 타결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여운을 남겼다.

◇새로운 인수업체는=쌍용정보통신의 지분매각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새로운 인수업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쌍용양회 채권단 관계자는 16일 칼라일과의 배타적 협상은 지난 2월말로 종료됐으나 쌍용양회와 칼라일간 구두합의에 따라 이달말까지 협상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협상의 진전이 없을 경우 국내외 정보기술(IT)업체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협상파트너를 찾아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지난해 쌍용정보통신의 매각안이 나올 당시 IBM 등 세계적인 IT업체들이 거론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쌍용양회가 채권단의 채무조정에 따라 대출금 중 1조4000억원을 출자전환하는 등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되면서 지난해 말보다는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됨에 따라 자금의 여유가 없는 국내 관련업체보다는 해외시장에서 안정적인 매각선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관계자는 “해외업체 중 칼라일과 기본계약 체결당시 주당가격(8만2500원)을 제시한 업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당가격과 인수조건이 문제지만 새로운 협상파트너를 물색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새로운 파트너를 물색한 후 매각조건 등을 협의하려면 적지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또 인수업체가 어디냐에 따라 쌍용정보통신의 주가 변동폭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파장=쌍용정보통신은 지난해 전년대비 133% 늘어난 5548억원의 매출과 29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했다. 20여개 코스닥등록 시스템통합(SI)업체 중 최고의 성적표다.

실적과 성장성을 인정받는 쌍용정보통신의 지분매각 결렬은 현대정보기술 등 현재 지분매각을 활발히 추진중인 SI업체에 적지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칼라일처럼 기본계약과 배타적계약에서 입장차이를 보일 경우 국내업체로선 속수무책으로 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매각불발로 쌍용정보통신보다 기업가치가 낮은 업체들은 주당 인수가격이나 인수조건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할 가능성마저 높아졌다.

업계는 투자금융회사인 칼라일이 쌍용정보통신을 인수한 뒤 차익을 챙기고 되팔려는 전략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워버그딜런증권은 이날 쌍용정보통신 분석보고서를 통해 “칼라일 협상철수가 쌍용정보통신의 순이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쌍용양회의 쌍용정보통신 보유주식은 이미 채권단으로 넘어갔으며 이번 지분매각도 그룹지배구조의 탈피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며 매수를 유지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쌍용정보통신 매각협상 일지

00.6=쌍용정보통신 지분매각 발표

01.1.3=뉴브리지캐피탈에 364만주(67.4%) 매각발표

01.1.14=칼라일그룹과 384만주(71.1%) 매각 기본계약 체결

01.2.28=배타적계약 시한 만료

01.4.13=쌍용정보통신 해외지분매각 관련 공시요구

01.4.16=채권단 칼라일과 지분매각 결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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