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희망은 벤처다.’
지난 2년간은 국내 닷컴·벤처들이 생과 사를 오갔던 혹독한 시련기였다. 한때 투자자들의 장밋빛 환상을 등에 업고 신경제의 성장엔진이라며 우쭐하기도 했지만, 지난 1년여동안 증시침체는 끝을 모르는 나락의 길이었다. IMF가 전통적인 산업에 가져온 구조조정의 격변과 견줄 만한 닷컴·벤처의 내실찾기였던 셈이다.
본지와 한국커머스넷, e커머스클럽(회장 경희대 박주석 교수)은 지난 13일 ‘제18차 e커머스클럽 간담회’를 개최하고 이제 극심한 부침기를 벗어나 제2의 도약을 모색하고 있는 닷컴·벤처의 활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엑센추어 서병도 상무의 ‘닷컴·벤처기업의 위기대응방안 및 성공적 기업경영전략’ 주제발표에 이어 △정통부 전자거래기반팀 이동형 과장이 ‘차세대 e비즈니스 기반구축 전략’ △엠투엠테크놀로지 정승채 사장이 ‘IT 닷컴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한 효율적인 자산운영 관리전략’ △특허법인 아람의 최태창 대표변리사가 ‘인터넷 사업과 특허제도의 고찰에 따른 닷컴기업의 대응전략’ △아이클러스터 박재천 사장이 ‘한국 IT기업의 일본진출 전략’을 각각 발표했다. 이날 간담회의 주요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닷컴기업의 성공경영전략(엑센추어 서병도 상무)
주식시장 침체로 비롯된 닷컴의 환경변화는 비단 닷컴업종에만 국한되는 현상이 아니다. 온·오프라인 산업계 전반을 강타하고 있지만 유독 체감지수가 두드러진 업종이 닷컴인 것이다. 지난 2년새 닷컴을 중심으로 불었던 투자열풍과 지금의 냉각기는 보다 냉철한 상황인식이 필요하다. 지난 99년말 엑센추어의 분석에 따르면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뒤 닷컴이 장기 생존할 수 있는 비율은 약 8%에 지나지 않았다. 일례로 나스닥 상장기업 가운데 약 5%에 해당하는 기업들은 일정기간 내내 주가가 1달러에 못미쳐 상장폐기 위기에 몰려 있는 실정이다. 투자자들의 분위기가 단기수익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환경이 마냥 어두운 일면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경쟁력 있고 수익모델이 굳건한 벤처기업을 최근 다수 양상하고 있는 것이다. 즉 투자자원이 빈익빈 부익부 형태로 배분되는 소위 ‘정글의 법칙’이 적용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닷컴 구조개혁과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수 있다.
현 상황에서 닷컴·벤처가 생존하기 위한 과제는 한마디로 ‘기본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검토해야 할 항목은 크게 네가지다. 우선 기업이 타깃으로 삼고 있는 고객은 과연 어떤 층인지를 명확히 재규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두번째는 자사만의 고유하고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어떤 식으로 제공할지에 대한 통찰이 있어야 한다. 물론 고객가치의 전달방안도 보다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타 기업과의 제휴나 영업 양수도에서 아예 아웃소싱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이같은 과제가 당장 해결이 쉽지 않은 만큼 닷컴·벤처들은 목전의 생존을 위해 현금소진율을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차세대 e비즈니스 구축 전략(정보통신부 전자거래기반팀 이동형 과장)
정통부는 세계적 수준의 정보인프라를 기반으로 경제체질 개선과 디지털 경제대국 도약을 위해 ‘차세대 e비즈니스 기반구축전략’을 수립,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정통부는 크게 다섯가지 주요 분야를 설정해 집중 육성·지원할 계획이다. 우선 공공부문의 e비즈니스 조기도입이다. 오는 2002년까지 공공조달 분야에 전자거래 도입을 완료해 기업대정부간(B2G) 환경을 정착시킬 것이다. 공공부문과 거래관계에 있는 3만6000여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e비즈니스 환경으로 전환되는 계기인 것이다. 건설·국방·공공구매 등은 물론 세금·공과금의 전자고지서(EBPP) 도입 등이 주요 과제다. 두번째로 온·오프라인간 결합을 촉진시킬 계획이다. 내년까지 산업단지 등 중소기업 밀집지역에 초고속인터넷서비스를 조기 보급하는 한편 ASP·컨설팅·교육 등 다각적인 수단을 동원해 전통산업 전반의 정보화 수준을 향상시키고 온·오프라인간 결합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글로벌 e비즈니스 환경조성도 빼놓을 수 없는 주요 과제다. 이를 위해 OECD·WTO·APEC·UNCITRAL 등 국제기구와 연계, 개인정보보호·시스템보안·공개키기반구조(PKI) 등 현안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이다. 특히 모바일 e비즈니스의 확대는 차세대 주도권 확보 경쟁에서 중요한 문제다. 국내 모바일 인터넷 관련 산업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통신사업자·콘텐츠제공업체 등 관련 업계의 공존공생방안을 초기부터 적극 장려할 생각이다. 이밖에 내년까지 전자서명인증서를 1000만명까지 보급 확대하는 등 e비즈니스 인프라 확산에 주력할 계획이다.
◇IT 자산관리시스템 구축 제안(엠투엠테크놀로지 정승채 사장)
국내 닷컴기업을 포함한 IT관련 기업의 구조조정이 한창인 가운데 이로 인해 사장되는 기술과 관련 설비, 노하우를 적절히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른 국가 경제적인 손실을 고려할 때 IT자산관리 서비스 시스템의 필요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IT 자산관리 서비스는 기업의 모든 유·무형의 IT자산에 대해 보유 여부는 물론 흐름과 소멸에 이르는 자산주기(life cycle of assets)를 일목요연하게 체계적이고 상시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뜻한다.
현재 IT업계 전체적으로 기업간에 이전·교환·거래의 필요성과 가치가 있는 자산을 매개해 줄 수 있는 효율적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지만 이에 대한 고민도 결여돼 있다는 점이 큰 문제다. 이는 결국 개별기업의 실패가 연관기업의 실패를 자극하고, 다수기업의 실패가 마침내 업계 전체의 부실을 초래하는 실패의 악순환을 연출케 한다. IT관리 시스템의 부재는 단지 실패한 기업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라 정상적으로 영위되는 대다수의 일반기업은 물론 정부기관에도 해당되는 문제라는 데 사안의 심각성이 있다.
최근 유틸리티 컴퓨팅 서비스, ASP 등 IT 자산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고 업계 일부에서 관련 서비스가 출현하고 있지만 자사 마케팅 전략차원에 편승한 경우가 많아 본질적인 문제해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IT업계 전체의 자산을 통합적이고 집중적으로 관리할 수 있으려면 강력한 중앙통제형 IT 자산관리 시스템을 구현해내는 노력이 시급하다.
◇특허에 관한 닷컴의 대응 전략(최태창 변리사)
지난 한해 전자상거래(EC) 관련 출원 중에서 영업방법(BM) 관련 출원은 8302건으로 전체 특허 출원 중 85%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벤처기업과 벤처기업 대표 명의로 출원된 건수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벤처기업의 대기업 및 경쟁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특허권 행사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특허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기술에 대한 권리화 및 방어 전략이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특히 미국 닷컴기업이 1999 ∼ 2000년에 걸쳐 출원한 1만여건의 EC관련 특허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에 대거 공개 또는 등록될 것으로 예상돼 국내 닷컴기업도 상당한 대비를 해야 한다.
특허출원에 대한 전략 중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권리에 대한 신속화 전략으로 초기 아이디어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출원해야 한다. 만일 특허출원을 통한 기술의 권리 확보나 특허기술의 실용화 연구 단계에서 출원할 경우 경쟁업체보다 한발 늦게 된다. 초기 단계의 출원으로 인한 발명의 완성도 부족은 개발 진행상황에 따라 국내우선권제도 또는 보정제도를 이용하면 보완이 가능하다.
권리화 전략뿐 아니라 경쟁사의 특허에 대한 방어 전략도 중요하다. 경쟁사와 분쟁을 사전예방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부터 선행기술의 분석 및 특허출원이 공개되거나 또는 등록이 있는 경우 청구범위의 해석을 통해 권리범위를 미리 파악해야 한다.
◇한국기업 일본진출 전략(아이클러스터 박재천 사장)
일본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한국의 10배에 달하는 경제대국이다. 하지만 미국 등 경쟁국의 지속적인 호황과 달리 오랜기간 자국내경기 침체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은 최근 경제부흥을 위해 국가전략 차원에서 정보기술(IT) 산업을 집중 육성키로 하고 작년 말 ‘IT기본법’을 제정·공포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IT분야를 발판으로 5년내 미국을 추월, 일본형 IT사회를 구축한다는 이른바 ‘e일본’구상을 세워놓고 아시아권내 IT협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사카시의 경우 중앙정부의 적극적 IT지원정책과 함께 지난 1월 개설된 ‘오사카 벤처종합지원센터’를 통해 관내 벤처 및 중소기업의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같은 각급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일본 벤처기업들은 게임·애니메이션·캐릭터 분야의 풍부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무선인터넷 분야에서 활발한 창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일본의 IT시장이 점차 글로벌화됨에 따라 우리 기업의 일본시장 진출도 가시화되고 있다. 일본진출 초기에는 직접진출보다는 현지 파트너를 통한 간접상륙이 유리하며, 이를 위해 정부기관·지자체·현지기업·에이전트 등을 활용한 현지화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닷컴·벤처에 있어 일본은 중국에 이은 미래 황금시장이다. IT관련 수요가 그만큼 폭발적인 잠재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시장 개척의 명제인 ‘현지화’는 동북아·한자 문화권의 일본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정리=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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