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통산업에 정보통신기술과 생명공학기술을 적극 개발해 접목시키기로 한 것은 무엇보다도 자동차, 조선, 기계 등 우리의 수출주력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IT는 이미 우리 경제 깊숙이 필수요소 기술로 자리잡고 있는 만큼 이를 전통산업 전반에 보편화시켜 산업구조를 디지털화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시말해 전통산업의 제품, 공정, 유통 등 모든 부문에 걸처 IT가 결합되는 이른 바 ‘디지털 수렵(digital convergence)’현상이 보편화되고 있으며 세계적인 전통기업들 역시 전통산업에 IT를 수혈해 경쟁력을 더욱 키워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앞선 IT를 전통산업에 접목시켜 나갈 경우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크게 배가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우리의 전통산업의 경우 우수한 IT를 적극 활용하기보다는 기존 시장과 전통적인 경영방식에 집착해 그동안 쌓아온 경쟁력이 국가차원에서 이를 통합해 전략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서 비롯되고 있다.
그동안 전통산업은 벤처 붐으로 이른 바 굴뚝산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IT접목을 위한 연구개발투자가 크게 미흡했던 게 사실이다.
IT산업의 성장에 비해 전통제조업에 기반을 둔 원천기술 및 제조장비, 관련부품·소재산업의 발전이 제대로 따라주지 못해 왔고 따라서 기계, 전기, 토목 등 전통산업에 IT접목을 주도할 고급기술인력도 제대로 양성되지 못해 왔다. 또 초고속통신망 구축 등 인프라 구축에도 불구하고 광케이블 설치비용 등 기업의 부담이 많아 가뜩이나 인식이 부족한 전통산업 기업들이 이를 기피해 왔다.
따라서 이번 정부의 전통산업과 IT접목을 통한 기술개발전략은 이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해 내기 위한 전략에 맞춰져 있다.
정부는 우선 산업별 특성에 맞는 IT접목을 통해 전통산업의 첨단 고부가가치를 실현하고 전통산업의 e비즈니스 기반확충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각 부처간 경쟁적으로 기술개발을 추진해 오던 방식에서 이를 종합·지원하는 시스템으로 전환, 국내 전통산업의 IT접목을 위한 기술개발을 적극 뒷받침한다는 방침이다.
국가연구개발전략을 총괄하고 있는 과학기술부가 전통산업에 IT융합을 위한 핵심원천기술개발을 전담하고 산자부가 제조·교육·인프라기술 등을 개발하며 정통부가 전통산업의 IT핵심기술개발·인력양성·정보통신인프라 등을, 보건복지부가 보건의료산업의 IT화를 각각 담당해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또 21세기의 유망산업인 첨단 생명공학을 전통산업에 접목시켜 우리 경제의 기반이 되고 있는 농업 및 수산업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해 우리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자는 방안도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약속이 지켜질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정보통신기술을 둘러싼 산자·정통부간 알력다툼이나 생명공학 기술개발을 놓고 산자·과기·보건복지부간의 주도권 싸움이 계속되고 있는 과정에서 과연 정부의 이같은 전략이 제대로 추진될지 의문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통해 적극적으로 예산의 뒷받침 등 사안 하나 하나를 직접 챙겨나가지 않는 한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을 답습하는 것은 물론 중요한 전환기를 맞고 있는 전통산업의 경쟁력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작용을 할 우려가 크다.
정부가 이날 청와대 회의에서 한결같은 지적이 나왔듯이 21세기 지식산업강국을 위해서는 전통산업의 디지털화는 우리 경제에 있어서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기 때문이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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