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정보포털(EIP) 시장이 개화하기도 전에 공급업체들의 무더기 출현과 열띤 경쟁으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검증되지도 않은 외산 EIP 솔루션이 마구잡이식으로 들어오고 있으며 기존 IT솔루션에 포장만 그럴듯하게 해 EIP로 둔갑한 제품이 적지 않은 등 사용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너도나도 EIP 40여개 진출=현재 EIP 시장에 진출한 업체는 40여개에 이른다. 한국IBM, 한국사이베이스, 한국HP, 삼성SDS, CJ드림소프트, 엔씨소프트, 핸디소프트, 넥스존 등 외국계 대형 IT업체를 비롯해 SI, 그룹웨어, EDMS·KMS,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포털, 툴 업체 등 IT 각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EIP 개념이 본격 소개되기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1년만에 공급업체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최근 보름 사이에도 한국CA, 한국컴퓨웨어, 투비소프트, 온더아이티, 한솔텔레컴 등 7, 8개 업체가 시장 진출을 선언했으며 현재 계획중인 업체까지 감안하면 올 상반기 중으로 EIP 업체는 50개가 훨씬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EIP로 둔갑한 제품도 다수=이에 따라 벌써부터 업체간 과열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기존 IT솔루션을 EIP로 그럴듯하게 포장해 사용자 혼란을 가중시키거나 외산 EIP솔루션을 경쟁적으로 도입해 제품단가만 올려놓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는 것.
모 업체의 경우 자사가 판매하는 그룹웨어를 적당히 포장해 EIP 솔루션이라고 홍보하고 있으며 단순 검색엔진을 EIP 솔루션이라고 둔갑시키는 업체도 있다.
이와 함께 외산 EIP 솔루션을 경쟁적으로 들여오면서 국내 시장이 외산 EIP제품의 단순 판매무대로 전락하고 있다. 플럼트리, 비아도르 등 세계적인 EIP 업체의 솔루션은 3, 4개의 국내 업체가 달려들어 경쟁적으로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검증되지 않은 외산 EIP 솔루션도 유입되고 있다.
◇공급업체들만의 잔치=업체들의 과당경쟁에 비해 정작 시장은 조용하다. 일부 관공서와 금융권을 중심으로 EIP 프로젝트가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KMS·EDMS의 확장개념에 불과해 엄밀하게 말해 EIP 수요라고 보기 힘들다. 특히 기존 KMS 프로젝트와의 경계가 모호한데다 경기 침체까지 겹쳐 EIP 개념이 제자리를 잡고 시장을 형성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 일각에서는 EIP의 시장성에 공급업체들이 지나치게 현혹돼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메릴린치나 가트너그룹 등 대부분의 IT분석기관은 EIP 시장이 2, 3년 내에 십수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EIP는 이미 기존에 존재한 시스템 상의 정보를 통합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기존 IT시장과 상당히 중첩된 부분이 많다는 것. 컨설팅 부분이나 일부 IT수요 등을 제외하고는 실제 추가매출로 이어지는 EIP의 신규 부가가치는 그다지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EIP시장이 뜬다고 하니까 준비도 없이 너도나도 뛰어든 업체가 많다”며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EIP 시장에 진출했다가는 오히려 초기투자 부담으로 인한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EIP를 구성하는 특정 컴포넌트 기술만을 부각시킬 경우 기업내 정보통합이라는 EIP의 효용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사용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도 있다고 충고하고 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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