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DSL업체들 경영난 심각

 미국 디지털가입자회선(DSL) 전문업체들이 너나없이 심각한 경영난으로 비틀거리고 있다.

 1996년 미 통신산업 자율화법에 따라 탄생한 DSL 전문업체들이 막강한 자금력과 높은 브랜드 지명도의 각 지역 시내전화회사인 베이비벨(Baby Bells)의 DSL 시장 공세에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DSL 업체들은 전화회사의 통신회선을 빌려 써야 하는 본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데다 주식시장의 침체로 인한 자금난 가중, 그리고 고객의 서비스 불만 고조 등 복합적 문제가 겹치면서 싹도 제대로 내지 못한 채 고사 위기를 맞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만 동쪽 에머리빌의 대표적인 DSL 업체 노스포인트커뮤니케이션스(NorthPoint.com)가 지난 1월 법원에 파산 보호 신청을 낸 데 이어 지난 달에는 계약 고객을 제외한 자산의 대부분을 AT&T에 매각키로 합의했다.

 콜로라도주 잉글우드의 리듬스넷커넥션스(Rhythms.com)는 2주전 한 투자은행에 의뢰해 자사 매각 가능성을 검토하도록 위탁했으나 이 회계 감사인들은 이 업체의 사업 지속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 회사 최고경영자가 사임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신생업체 중 규모가 가장 큰 실리콘밸리 샌타클래라의 코바드커뮤니케이션스(Covad.com)도 지난 해 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직원 3100명 중 800명에 대한 감원을 단행했다.

 이들 신생 DSL 전문업체가 안고 있는 문제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들은 각 지역 시내전화회사의 전화회선을 빌려쓰는 데다 이들 전화회사에 자사 운영 장비를 설치해야 하는 등 경쟁 관계의 전화회사들에 의존하는 원초적 문제를 안고 있다.

 코바드, 노스포인트, 리듬스 등 신생 DSL 업체들이 수십억달러를 유치해 전국적 네트워크를 건설하는 사이에 케이블 회사들도 독자적 DSL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케이블 모뎀 접속 비용을 대폭 인하했다. 이에 따라 DSL 업체들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었고 결국 경쟁력이 그만큼 떨어지게 됐다.

 게다가 베이비벨들의 가격 인하 공세도 불이 붙고 있다. 퍼시픽벨의 경우 자체 공급중인 DSL 서비스 요금은 현재 월 40달러로 2년 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DSL 업체들은 이들 전화 회사와는 달리 고객의 전화회선과 교환국 접속을 위해 월 일정사용료를 내야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그만큼 큰 편이다.

 이 같은 DSL 업체의 어려움은 DSL 기술을 개인과 기업에 마케팅하고 판매하는 인터넷서비스업체 (ISP)가 최근 경영 위기로 수십억달러의 대금을 연체하면서 더욱 가중됐다.

 노스포인트 파산의 가장 큰 이유도 ISP의 대금 연체였다. 코바드는 자사의 19개 제휴 ISP가 지난해 10월까지 대금을 연체한 상황이며 자사의 27만4000 가입자 회선 중 약 3분의 1이 비용이 연체된 매출 부실 제공 회선인 상태다.

 코바드는 이에 따라 고객에 DSL 서비스를 직접 판매하기로 하고 다른 ISP를 인수했으나 기존 고객인 ISP의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켜 곤욕을 치르고 있는 형편이다. 코바드와 리듬스 주가는 최고가에서 이미 90% 이상 폭락해 주당 2달러 밑을 맴돌고 있는 실정이다.

 코바드는 노스포인트 가입자 회선 10만 회선의 4분의 1을 확보해 개인 고객을 늘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말 현재 230만명의 미 DSL 가입자의 4분의 3 가량이 각 지역 시내전화회사가 차지했으며 지난 한 해 동안 증가한 DSL 가입자의 81%가 이들 전화회사의 몫이었다. 게다가 이들 시내전화회사 베이비벨의

DSL 시장 잠식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케이박기자 kspark@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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