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인터넷업계의 최대 고민은 시중 자금이 닷컴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는 점이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닷컴에 대한 ‘묻지마 투자’가 기승을 부렸으나 이젠 닷컴의 외부 자금조달은 하늘의 별 따기다. 인터넷에 투자제안서만 올리면 1∼2분 내 법정한도(10억 미만)까지 간단히 자금을 모을 수 있는 인터넷 공모가 실종된 지도 오래다. 순수 닷컴업체들의 펀딩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심지어 인터넷 전용 펀드들까지 수익률 확보를 위해 일반 IT 분야로 투자선을 돌리고 있다. 닷컴투자로는 수익을 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현대-다음 인터넷펀드’를 결성, 운영해온 현대기술투자 이종성 부장은 “현재 펀드조성액의 65%를 투자했는데 수익률 문제로 인터넷 외의 분야에도 투자할 수 있도록 다음 측과 협의 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벤처캐피털들의 인터넷 투자는 부정적이다. 한국기술투자·현대기술투자·무한기술투자·KTB네트워크·우리기술투자 등 인터넷 투자를 주도해온 선발 벤처캐피털들도 마찬가지다. 금융권이나 개인투자가들은 더욱 심하다. 그나마 일부 인터넷 솔루션이나 무선인터넷·인터넷 하드웨어 인프라·우량 콘텐츠 등이 인터넷 투자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업계는 이에 따라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옥션·라이코스코리아·야후코리아 등 선발업체들이나 온라인 진출을 원하는 오프라인기업을 찾고 있지만 결과는 뻔하다. 곶감 빼먹듯이 남은 자금을 쓰는 것도 한계에 달했다. 이대로 가다간 중견기업까지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을 것이란 얘기가 팽배하다. 7∼8월께가 최대 고비라는 얘기까지 들린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무엇보다 전세계적인 닷컴산업의 이미지 추락이다. 닷컴 비즈니스가 매출과 수익성 면에서 한계가 분명, 투자 회수가 힘들다는 얘기다. 한국기술투자 박동원 대표파트너는 “돈은 냉정하다. 수익을 좇기 마련이다.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는 벤처캐피털이나 투자가들을 다시 돌려 세우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장의 장기 불안도 자본세력이 닷컴에서 이탈한 주요인 중 하나다. 자금시장이 불투명할 때는 닷컴처럼 불안한 분야보다는 제조업처럼 안정적인 투자가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국내는 물론 닷컴의 종주국인 미국에서까지 주요 닷컴기업의 주가가 추락하고 있는 것도 투자가들의 이탈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닷컴기업 스스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거쳐 수익성을 창출, 홀로서기에 성공하는 것만이 자금을 닷컴 쪽으로 돌리는 지름길이다. 전문가들은 “닷컴업계가 주장하는 미래가치나 비계량가치·잠재가치 등에 대한 인정도 결국은 탄탄한 수익 기반 위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소프트뱅크벤처스 문규학 부사장은 “인터넷은 진화할 뿐이지 결코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인터넷 사용인구와 사용시간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인프라는 이제 성숙돼 있다. 다만 인터넷기업 스스로 그 인프라 위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돈이 되는지 냉정하게 살펴보고 발상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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