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입문<4>
그러니까 김송자는 제대로 선거운동을 하였던 것이다. 더구나 학급에서 여자가 26명으로 남자보다 한 명이 많았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학생도 여자니까, 성 대결로 한다면 나는 두 표가 모자랄 것이다. 그러나 선거가 성 대결로 되는 것도 아니고, 그때 처음으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여자가 반장에 나온다고 여자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여자 표가 별로 나오지 못했다. 그것은 여자 반장에 대해 여자들이 시기하거나 미워하였는지 표를 몰아주지 않았다. 여자이기 때문에 여자를 지지한다는 믿음은 어리석은 일인데, 그것은 오늘날의 국회 선거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선거가 치러졌다. 개표하는 순간 나는 그렇게 긴장을 해 본 일이 일찍이 없었다. 그때 조마조마하고 긴장했던 기분은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잊혀지지 않는다. 나는 이번에 하였던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초등학교 5학년 때 반장 선거를 하면서 개표했던 순간의 긴장만큼 강렬하지 못했다. 물론, 내가 직접 나오지 않고 전국구로 출마해서겠지만, 몸이 떨릴 만큼 긴장되지 않았다.
개표 결과는 김송자가 15명으로 30% 지지율, 내가 14명으로 27% 지지율, 송하용이 12명으로 23% 지지율, 이진호가 8명의 지지를 받으면서 15% 지지율로 나타났다. 무효라든지 기권이 3명 나왔다.
한 사람에게 과반수의 표가 모이지 않을 경우 다시 최고 득점자와 차석 득점자간에 재투표하는 것으로 했다. 너댓명이 경선을 하여 그냥 최고 득점자를 반장으로 결정할 때, 최고 득표자가 전체 학생의 25% 득표에 머물 수도 있었는데, 한 반을 이끌어 나가는 반장이 25%의 지지를 받을 경우 통솔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나머지 75%는 지지를 안 했다고 하면서 배타시하려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놓고 보면 대권을 놓고 싸우는 정치판의 투표와 비슷하다. 그러나 대권 투표에서는 단 한 표라도 많으면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것이 다를 뿐이다. 그래서 30%로 당선되고, 나머지 70%의 지지를 받지 못해도 나라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그럴 경우 대통령은 나라를 통솔하는데 심리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상당히 피곤하기 마련이다.
네 명의 투표 결과 최고 득점자가 30% 정도 나왔다. 과반수 지지를 획득하지 못했던 것이다. 내가 27% 정도 득표해서, 김송자와 나는 재 투표에 들어갔다. 투표를 했을 때가 점심 시간이었는데 다른 수업에 들어가면서 재투표는 모든 수업이 끝난 오후에 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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