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제3자의 역할

정확한 시장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기업의 역할중 하나다. 그러나 라이벌이 있고 특히 우리 제품이 얼마를 팔았는가 하는 자료를 완전히 공개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각 기업들의 매출자료를 정확히 파악해 제공하는 국가 공인기관이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각 기업들은 자사에 유리하게 자료를 가공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발표하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 비록 실매출은 뒤졌지만 공개적으로 밝힐 경우에는 경쟁사보다 매출이 많도록 조정한다. 이른바 고무줄 실적이다. 실제매출자료와 보고용자료, 대외발표용의 수치가 다른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시장정보가 이처럼 왜곡된 만큼 실제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 주요 가전업체들의 제품별 시장점유율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물론 발표된 자료의 대부분은 경쟁사를 고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실제 각 사가 주장한 자료를 토대로 하면 시장점유율이 100%를 훨씬 웃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부정확한 정보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이만한 정보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제공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들에 가장 큰 잘못이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같은 부정확한 자료를 토대로 줄서기를 시켰던 과거의 잘못된 관행들이 지금까지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영원한 라이벌로만 여겨져왔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서로 협력키로 하는 등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줄서기 경쟁을 부추기는 것은 협력을 하지말라는 이야기와 같다.

실제 가전제품별 시장점유율 자료가 일부 언론에 공개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실무진에서는 “어차피 대외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시장점유율인데 구태여 경쟁사의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협력과 제휴가 왜 필요하나”라는 반발분위기가 한때 팽배했다고 전한다.

소비자들에게 올바른 선택의 기준을 제공하기 위한 정보제공이 아닌 단순히 줄세우기식 정보의 공개는 마땅히 지양돼야 한다. 누가 내수시장에서 1위 자리를 차지했느냐는 다툼을 부추기기보다는 상호 협력 및 선의의 경쟁을 통해 월드 베스트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게 정부나 언론 등 제3자의 역할이다. 디지털시대에서 구태는 당연히 청산돼야 한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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