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 IT업체들 투자회수 등 이유로 우회등록 추진

프리코스닥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장외기업들의 코스닥시장 우회등록(Back Door Listing) 시도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장외업체들이 프리코스닥시장의 침체로 인한 유동성 위기 극복과 투자자금 회수(exit)에 대한 요구의 해결 방편으로 코스닥시장의 우회등록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9년 이후 인터넷 등 정보기술(IT) 벤처기업들은 코스닥열풍에 힘입어 성장성을 높이 평가받으며 본질가치의 수십배에 달하는 펀딩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뚜렷해진 증시의 침체여파로 프리코스닥시장의 버블이 걷히면서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 벤처캐피털 등 투자자금 보장을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항의가 거세지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우회상장이 장외기업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코스닥열풍이 불어닥치기 전인 97∼98년 설립된 벤처기업 가운데 대주주 지분이 낮은 업체들이 우회등록에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PC관련 장외업체인 A사는 최근 3번의 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26억원까지 늘리는 과정에서 대주주 지분이 13%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 회사는 투자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 몇 번의 코스닥등록을 준비했으나 자격요건이 미달돼 예비심사에서 여러차례 떨어졌다. 투자회수를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하자 회사측은 고민끝에 코스닥등록업체 중 자본금 규모가 작은 한 굴뚝업체 인수를 통한 우회등록을 준비중이다.

인수합병(M&A) 관련 부티크 관계자들은 “올들어 장외기업들의 우회등록 관련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부티크를 통해 우회등록을 준비하는 장외 IT업체들도 상당수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반대로 코스닥등록 굴뚝업체가 기술력과 사업비전을 갖춘 IT업체에 먼저 우회등록을 제안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상대매매체결 시절이던 지난 94년 코스닥시장에 등록한 지방의 B사는 주력사업이 성장의 한계성에 부딪히자 기술력있는 IT업체와의 합병을 추진키로 결정하고 업체를 물색중에 있다. 이 회사의 사장은 최근 IT업체인 C사의 사장을 만나 일정지분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합병을 통한 코스닥 우회등록을 건의했다.

그러나 우회등록은 증권거래법상 편법적인 상장 및 등록은 허용되지 않아 탈법적인 소지가 있고 상장 및 등록된 기업의 대주주가 주가상승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머니게임의 성격이 강하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리타워테크놀러지스 등 전형적인 백도어리스팅인 인수후개발(A&D)업체들의 경우 대주주는 인수후 주가상승으로 엄청난 이익을 챙겼지만 소액주주들은 급등후 급락으로 손해를 봤다.

한편 세종증권은 지난 9일 코스닥시장 구경제업종이며 시가총액과 자본금이 각각 150억원, 40억원 미만인 가희 등 30개 종목을 우회등록 관련 투자유망종목으로 선정, 발표했다.

김태훈 세종증권 연구원은 “프리코스닥시장이 기능을 상실하면서 장외기업과 투자자들이 투자자금 회수를 위해 우회상장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며 “우수한 IT업체를 유치하고 머니게임을 막기 위해선 우회등록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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