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영상물 판권시장서 국내업체들 과당경쟁

해외 영상물시장서 국내업체들의 무리한 판권확보 경쟁에 따른 부작용이 커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영상업체들이 판권구득난 해소를 위해 앞다퉈 해외 견본시장에 참여하면서 판권료가 폭등하고 있다. 특히 한국업체들이 판권확보를 위해 과당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소문이 전해지면서 정상가보다 크게 웃도는 판권료를 요구하는 국제 에이전시들이 잇따르고 있으며 한국업체들을 상대로 한 사기극마저 빚어지고 있다.

◇영상물 판권시장 및 국내업체 참여현황=해외 영상물 판권시장은 3월 아카데미 시상식 이전 개설되는 ‘AFM(America Film Market)’과 4월 초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MIP TV’시장이 대표적이다.

이들 해외 영상물 판권시장에 참여하는 한국업체는 대략 100여개사. 지난 98년 IMF 이후 참가업체들이 잠시 감소하는 듯한 추세를 보였으나 최근 엔터테인먼트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콘텐츠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급증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DVD제작사와 인터넷방송사업자, 케이블TV사업자들과 판권재판매사업을 벌이고 있는 일반 개인사업자들까지 해외나들이에 나섬으로써 말그대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부작용 속출=참여업체가 크게 증가하면서 한국배급 판권료만이 폭등하고 있다. 특히 화제작의 경우 정상가의 2배에 거래되고 있다. MIP TV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판권 판매사가 한 작품에 대해 기준가를 제시하면 실질 구매가는 기준가의 80%선에서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인데 한국업체들에는 이같은 국제적 관행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로 말미암아 “기준가의 110∼120%선에 달하는 금액을 주고 판권을 확보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업체가 8만달러를 지불하고 구매한 비디오 및 DVD 판권을 일본업체는 6만달러에 구매했다”며 “이는 순전히 국내업체들의 과당경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개인사업자와 중소 판권사업자들의 마구잡이식 계약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들은 무조건 계약해놓고 비싸게 구입한 사실이 알려지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 말썽을 빚고 있다.

◇대안=판권확보를 둘러싼 국내업체간 경쟁은 DVD시장과 인터넷방송 기반이 크게 넓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결과다. 따라서 업계는 어느 정도의 경쟁은 불가피하다고 인정하고 있다. 문제는 제살깎기식 출혈경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 업체가 판권협상 중이면 그 협상에 끼어들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데 국내업체들은 이같은 예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에따라 협회 등 민간단체에서 이같은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지만 구속력이 없는 대안이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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