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꽃샘추위가 가시지 않은 어느 캠프장에 직장인 55명이 모였다. 언뜻 평범해보이는 이들이 30㎞ 행군부터 그물벽 타기, 공중점프까지 온갖 혹독한 지옥훈련을 감내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5박 6일동안 열린 이름하여 ‘직장인 의식개조캠프’는 냉혹한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들만의 한바탕 사투이다.
어찌보면 특별할 것 없는 이들의 전쟁은 EBS가 새로 선보이는 6㎜ 다큐멘터리 ‘다큐매거진-현장’(일요일 밤 8시)을 통해 ‘클로즈 업’됐다. 한평생 링을 떠나지 않은 40대 여성 레슬러의 집념이며 한달간 육아전쟁을 벌인 이웃 아빠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이처럼 6㎜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들은 사회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마이너러티들이 있는 곳에는 어디든지 달려간다. 최근 우리 이웃의 훈훈한 미담은 물론 자못 심각한 정치·사회문제들을 ‘인간적인 시선’에서 바라본 6㎜ 프로그램이 각광받고 있는 것은 점점 각박해지는 사회에 대한 반작용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코미디TV가 최근 방영에 들어간 ‘세상발견 춤추는 6㎜’ 역시 그늘진 곳에서 세상을 환하게 비추는 인물들을 따라잡는다. 경동시장에서 3층으로 쌓은 밥쟁반을 이고 오토바이를 모는 김순옥씨는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반가운 얼굴이다. 수십년째 무명의 신분으로 살면서 환경 보존에 앞장서온 농민 가수의 삶이나 손에서 기가 나오는 특이한 능력으로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경찰관의 모습도 조명해 본다.
육중하고 거창한 카메라 장비와 조명이 필요없이 손바닥으로 가려질 만한 크기의 6㎜ 카메라만을 앞에 두고 있기 때문일까. 거리에서 처음 만난 이들이지만 가슴에 묻어둔 깊은 속내를 거리낌없이 드러내기도 한다.
아예 ‘휴먼 다큐멘터리’라는 명칭을 달고 있는 Q채널의 ‘뷰파인더’는 이같은 6㎜ 프로그램의 원조격으로 이름 나 있다. 8회로 넘어가기까지 관심을 보인 소재도 다양하다.
성인방송의 인터넷 자키, 노숙자 쉼터의 겨울나기, 대학 출신의 노동자, 촌티 문화, 탈북자들의 자본주의 실험, 그리고 치매까지. 사람이 살아가는 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놓치지 않고 ●아다녔다.
다큐멘터리가 인기를 끌다보니 음악 채널들도 6㎜ 카메라를 들고 근접 촬영에 나섰다.
m.net의 ‘What’s up 제롬’이나 ‘우리들의 스타’는 평소 멀게만 느껴지는 스타들을 찾아가 진솔하고 꾸밈없는 모습을 전한다. 가수들이 직접 찍은 셀프카메라나 투박한 화면 결은 세련되지 않기에 오히려 친근감을 자아낸다.
Q채널 전략미디어팀의 장유미씨는 “6㎜ 카메라로 제작한 프로그램들은 선정적이고 상업적인 프로그램에 맞서 힘있고 건강한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며 “현장성·기동성·밀착성을 최대한 살려 사회의 좁은 틈새도 비집고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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