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전사 런딤(RUN=DIM)’
아시아 최초의 3차원(3D) 방송 애니메이션인 ‘런딤’은 한일 애니메이션업체들이 합작으로 세계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만든 첫번째 프로젝트 작품이다.
이달 MBC와 일본 TV도쿄가 동시 방영을 시작한 런딤은 한국의 디지털드림스튜디오와 일본의 아이디어팩토리가 총 330만달러(약 44억6천만원)에 달하는 제작비를 투여하고 2년이 넘는 준비와 기획기간을 거쳐 만든 TV용 애니메이션.
“철저한 준비작업을 거친 만큼 작품성과 흥행성에 모두 자신이 있습니다. 특히 3D 기술에 관한 한 ‘토이스토리’를 능가한다고 자부합니다.”
런딤을 만든 디지털드림스튜디오의 이정근 사장은 자신에 차 있다.
런딤의 무대는 서기 2050년, 핵폐기물 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다. 군국주의적 성격을 지닌 제이서스라는 일본단체가 핵폐기물을 무단 폐기하고 이에 한국의 그린프론티어가 지구의 환경을 지키기 위해 런딤을 앞세워 저지에 나선다. 런딤을 이끄는 젊은이는 한국의 강두타, 그리고 제이서스에 이용당하다 진실을 깨닫고 그린프론티어에 합류한 일본 젊은이 가즈토다.
환경 지킴 로봇 런딤은 강두타와 가즈토를 태우고 지구를 지켜 새 세상을 만들어 간다.
‘런딤’은 세계적인 대작으로 성공할 수 있는 세 가지 요소를 갖추고 있다.
첫째는 2D 애니메이션을 뛰어넘는 화려한 3D 그래픽 효과를 구현했다는 점이다. 로봇 영화가 영상을 통해 얼마나 시청자에게 어필될지가 흥행의 열쇠라는 점을 감안할 때 런딤은 이미 세계적이다. 초당 30프레임과 모션캡쳐 기술을 이용해 인물의 자연스런 움직임을 연출한 점도 대작으로 성공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여기에 영화의 세트에 해당하는 250여종의 배경 데이터와 300여 캐릭터는 압권이다. 토이스토리가 겨우 100여종의 배경 데이터를 가졌고 미국 진출로 주목을 끌어온 ‘큐빅스’의 캐릭터 수가 불과 100여종이었음을 고려하면 런딤의 이 같은 다양함은 시청자를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특징인 선정성·폭력성에서 탈피, 순화된 한국적 애니메이션을 선보이고 있는 점도 새롭다. 애초 기획된 여자 주인공의 목욕신과 로봇간 전투에서 드러나는 피 튀기는 장면들은 거의 삭제됐다.
런딤은 지난주 MBC 첫방영에서 3.5%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지난달 같은 시간대 방영되던 가이스터즈 마지막회가 1.7%에 머물렀던 점을 고려할 때 결코 낮지 않은 시청률이다.
하지만 한일 합작 애니메이션이라는 강점에도 불구하고 TV 상영을 둘러싸고 한 가지 아쉬움을 던져주고 있다.
지난 2월 말 런딤의 줄거리가 사전에 알려지면서 일본 내 각종 극우단체들이 TV도쿄에 수차례 투서를 보내는 등 반발해 결국 TV도쿄에서는 주인공인 한국 청소년의 이름을 일본 이름으로 바꾸고 만 것.
최근 일본 교과서 개정 파동과 함께 아직 한국 젊은이의 활약상을 용납치 않으려는 일본 내 극우파들 때문에 ‘런딤’이 안팎으로 수모를 당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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