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콜러id 인증제도, 문제많다

한국통신이 마련한 발신자번호표시(콜러ID) 단말기 품질 인증제도(이하 KT인증)가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으로 ‘서비스 품질보장’과 ‘가입자 보호’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높다.

국내 콜러ID단말기 제조업체들은 KT인증 기준이 정상적인 단말기와 서비스가 불가능한 단말기를 구분하지 못해 불량단말기의 난립을 조장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 인증기준에 명시된 일부 기능이 사업자가 실시하는 서비스와 관계 없이 단말기 개발비용만 높이고 있다며 인증기준을 현실화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 시중 70% 이상 단말기, 시외전화와 시내전화 분간 못해 〓 한 제조업체가 밝힌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되는 콜러ID단말기 가운데 70% 가량이 시외전화와 시내전화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예로 부산지역에서 ‘051-123-4567’ 번호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511-234567’과 같은 해괴한 번호로 인식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더 큰 문제는 서울에서 지방으로 전화를 걸었을 때다. 가령 서울 이외 지역에 있는 가입자가 ‘02-675-2000’ 번호로부터 전화를 받았을 경우 ‘2675-2000’이라는 번호가 단말기에 표시된다. 가입자는 수신번호가 시외전화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힘든 경우다.

이는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 실시하는 콜러ID 서비스 환경에 맞게 개발된 프로그램을 그대로 수입, 사용할 경우 발생한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국내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은 국내 환경에 맞게 지역번호가 ‘0’으로 시작하지만 수입 프로그램은 ‘0’을 표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KT인증 규격에는 이를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없어 소비자를 불량 단말기로부터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통신 관계자는 “인증을 신청한 단말기 가운데 이같은 문제점을 가진 제품이 없어 몰랐다”고 답변했다.

◇ 한글서비스 제공 안 하면서 한글서비스 지원기능 고집 〓 KT인증 기준 중 제조업체가 가장 반발하는 대목은 ‘한글서비스 지원기능’. 그러나 정작 한국통신은 콜러ID 서비스에 한글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않아 제조업체들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콜러ID단말기 제조업체 O사의 대표는 “한글기능을 지원하려면 일반 액정표시장치(LCD)가 아닌 고가의 그래픽 LCD를 사용해야 한다”며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으면서 불필요한 기능을 구현하도록 요구해 무리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통신은 “인증기준을 정하는 것은 사업자의 고유권한”이며 “올 하반기 안으로 한글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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