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정부의 차관급 인사 단행 직후 중기청은 작은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전혀 예상치 못한 뜻밖의 인사였기 때문이다.
기존 관례라면 중기청장 자리는 적어도 산자부나 산자부 산하 외청 인사의 몫으로 당연시 돼 온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일부에서는 인사가 단행되기 직전 중기청장 자리를 두고 산자부 산하인 모 외청장과 중기청 내부 인사의 승진설로 한참 입방아가 시끄러웠던 터였다. 그래서인지 이번 인사를 두고 중기청 내부에서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같은 배경에는 신임 청장의 이력이 기대만큼 화려하지 못하다는 이유도 상당부분 포함된다.
그런 만큼 지난 3일 신임 청장의 취임식에 쏠린 구성원의 관심은 최고조에 달했다. 우려반 기대반 속에 진행된 이날 최동규 청장의 취임사는 기존 청장의 인사와는 사뭇 다른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중소기업연구원장, 강원도 정무부지사를 거쳐 중기청의 수장으로 발탁된 배경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는 구성원을 대상으로 중소기업 전문가로서의 자신의 이력부터 설명한 최 청장의 취임사는 1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청에서 작성한 취임사에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최 청장은 그동안 연구자로서, 현장체험가로서 겪어온 중소기업의 실체부터 끄집어냈다.
최 청장은 “중소기업이라면 상대적으로 대기업에 비해 규모가 작고 힘이 없는 업체로 사회에서 편견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같은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정책입안을 맡고 있는 중기청 구성원부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부처와 기관, 기업, 소비자를 연결시키는 확대 선순환의 중심축에 중기청이 자리잡아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해 최 청장은 담담하리 만큼 논리정연하게 풀어갔다.
취임행사 직후 내부에서는 ‘신선하다’는 의견에서부터 ‘현장을 모르는 소리’라는 반응에 이르기까지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일부에서는 기존 중소기업연구원장 시절 수탁과제를 따내기 위해 일개 연구원장 자격으로 중기청에 드나들었던 사람이 과연 수장직을 잘 맡아낼 수 있겠느냐는 의견조차도 대두됐다. 물론 이들의 우려도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오히려 관료주의에 물들지 않았던 인물인 만큼 연구자와 현장체험자로서의 경험을 살려 현실에 가장 적합한 중기정책을 입안해 낼 수 있을 적임자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장에서의 경험을 정책입안으로 어떻게 풀어낼지는 최 청장의 몫으로 남아있다. 또 일부 인사에 불만을 품고 있는 구성원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현재 산적해 있는 벤처정책 등 굵직굵직한 각종 정책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도 그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지금 중기청은 수장의 일거수 일투족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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