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호 (변호사, 한국정보범죄연구소장)
냅스터와 관련한 미국 법원의 판결로 한동안 인터넷 세상이 시끄럽더니 나라 안에서는 소프트웨어(SW) 불법복제에 대한 단속이 대대적으로 실시되면서 단속대상 업체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고, 개인들도 단속의 결과와 처분을 주시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에 따르면 불법복제로 적발된 업체 수가 작년에만 858개 사업체로 피해금액이 89억원에 달하고, 불법복제율은 54.96%나 된다고 하니 그 피해는 실로 막대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불법복제 문제는 컴퓨터 프로그램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MP3 등 음악 파일·동영상 파일·전자책은 물론 캐릭터·홈페이지나 그에 수록된 자료 등 모든 전자 자료에서 일어나고 복제의 수단과 방법도 다양한 기술을 통해 조직적이고 대량으로 행해지고 있으며 파일 교환의 새로운 기술인 P2P(Peer to Peer)를 통해 무한한 복제가 가능한 데도 복제 경로의 추적과 행위자의 특정이 곤란하고 인터넷사업자에 대한 책임 추궁이 어려운 점 등 현행법상 권리 구제가 즉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작권사업자들은 위와 같은 법적 대처의 불충분에 대응해 비트 스크리밍 기법은 물론 복제 횟수를 제한하고 복제 경로까지 추적할 수 있는 워터마킹 기술까지 개발해 불법복제를 차단하기 위한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는 등 바야흐르 디지털 세상은 불법복제와의 전쟁에 돌입했다.
불법복제에 대한 단속은 단속대상인 기업체들 외에 개인에 대해서도 위화감을 유발해 개인간의 불법복제를 차단함으로써 SW업체의 매출을 늘리는 단기적 효과 외에 장기적으로 개발 의욕을 고취하고, 국내외 투자유치를 확대해 관련 산업의 고용인력을 증가시키는 등 산업경쟁력을 촉진하면서 외국의 통상압력까지 무마하는 효과를 어느 정도 거둘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단속이 저작권에 대한 개인의 정당한 사적 이용을 저해하거나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될 것이다. 저작권 관련 법들은 사적 용도의 복제나 기타 비영리 목적의 개인적 사용을 허용하고 있는데 정보사회의 확산에 따라 시민들에게 정보기본권을 보장하고 지역이나 학력·경제적 능력 등에 따른 정보격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적 이용의 범위가 보다 넓게 인정돼야 함은 물론이다.
이런 취지에서 셰어웨어의 기간초과 사용, 저작권자가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배포하면서 기업적 사용만 유료로 고지한 경우, 업그레이드된 정품을 사용하면서 불법복제된 하위 버전을 동시에 사용하는 경우, 개인사업자가 정품을 구입해 두세 명의 직원들과 함께 사용한 경우 등에 대해 뚜렷한 법이론이나 확립된 판례도 없는 상태에서 이런 행위가 모두 불법복제에 해당하므로 라이선스와 PC의 수가 반드시 일치해야 하고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고 삭제했는데도 하드디스크를 포맷하지 않으면 모든 책임이 사용자에게 있는 것으로 홍보하는 것은 정당한 사적 이용의 범위를 좁게 해석하거나 정당한 이용의 범주에 속하는 복제 행위까지 무조건 범죄시하는 행위는 자제돼야 할 것으로 본다.
장차 가상사회에서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복제만이 문제가 아니라 P2P에서의 개인간 각종 전자자료 교환, 저작권 있는 파일의 열람·저장·인쇄 등에 있어서 단순한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라고 단정할 수 없는 형태의 파일전송, 나아가 홈페이지 링크, 미러링과 프레임 링크, 각종 창작성 없는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저작권 인정 여부, 각종 캐릭터 이용권자의 온라인게임 등 새로운 전자 내용물 등에 대한 사용 범위 등 저작권과 관련한 분쟁은 계속될 것이다.
이런 분쟁에서 정보이용자와 저작권자와의 이해관계 조절, 사업영역 내에서 유통되는 정보의 내용에 대한 정보제공업자의 법률적 책임 범위 등을 정하면서 가장 유의할 점은 인터넷, 나아가 정보사회는 특정집단의 전유물이나 재산권 보장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개인의 정보기본권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시민사회 전체의 공공재산으로 해석돼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불법복제를 제외한 나머지에서 정당한 사적 이용을 인정할 것이 아니라 정당한 사용 범위를 충분히 보장하는 범위에서 불법복제의 개념을 정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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