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유선방송의 통합과 진화

◆김정기 방송위원장(kjk01@kbc.go.kr)

케이블TV가 미래 정보사회를 열어갈 핵심적인 매체로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종합유선방송국(SO)의 경우 99년부터 당기순이익이 흑자로 돌아섰으나, 서울지역만 흑자를 보이고 나머지 지역은 아직까지 대부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프로그램공급업체(PP)의 경우 역시 99년에 처음으로 당기순이익이 흑자를 기록하였지만, 99년말 프로그램공급업체의 누적 결손금은 4354억원에 달하고 있다. 현재의 케이블TV 산업 침체는 종합유선방송과 중계유선방송의 이원화 체제라는 구조적 결함과 함께 정책실패와 시장실패가 맞물린 데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케이블TV 역사를 살펴보면, 기술이 발전하면서 중계유선방송이 자연스럽게 종합유선방송으로 탈바꿈하여 진화하는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초기 종합유선방송 도입시 양 매체를 갈라 가뜩이나 좁은 시장을 다시 가르는 정책적 잘못을 범했던 것이다.

국내 유료 미디어시장의 규모는 매우 협소하다. 총 대상가구가 약 1500만 가구인데, 종합유선방송 가입가구는 약 16.3%, 중계유선방송 가입가구는 44.5% 정보로 양 매체를 합치면 61% 정도에 달한다. 이미 유료 미디어 시장규모는 포화상태는 아니라 하더라도 신규로 창출될 시장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과거 종합유선방송과 중계유선방송이 과당경쟁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제한된 시장규모에서 비롯된 것이다. 앞으로 디지털 다채널 위성방송과 디지털 지상파방송 그리고 인터넷방송까지 가세할 경우, 제한된 유료 미디어시장을 두고 여러 매체의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따라 방송위원회는 종합유선방송과 중계유선방송의 소모적 경쟁구조를 개선하고, 종합유선방송의 시장통합 기반을 조성하며, 케이블TV의 시장규모를 확대한다는 방침에서 능력있는 중계유선방송 사업자들을 종합유선방송 사업자로 전환하는 것을 정책기조로 삼았던 것이다. 이러한 정책의 결과, 중계유선방송 사업자의 시장경쟁에 의한 통합과 종합유선방송 진입을 위한 사업자간 M&A를 활성화하고, 신규 자본 유입 등의 정책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중계유선방송 가입자들을 종합유선방송 가입자로 전환시킴으로써 국내 영상산업의 기반을 보다 견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TV 사업이 현재의 악순환에서 선순환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가입자 확대가 필수적이다. 종합유선방송 가입자 확보율이 낮으면 수신료와 광고 수입이 적을 수밖에 없고, 이는 방송채널사용 사업자들의 수익성 저하로 이어지게 되어 양질의 프로그램 생산을 어렵게 만든다. 프로그램공급업체들의 프로그램 생산 능력이 떨어지면 이는 다시 종합유선방송 사업자들의 가입자 확보를 어렵게 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국내 영상산업의 당면 과제인 프로그램 제작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 케이블TV의 가입자를 확대하는 일이 무엇보다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침체된 영상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중계유선방송 가입자를 종합유선방송 가입자로 전환함으로써 국내 영상산업 발전을 위한 토대로 삼겠다는 것이 방송위원회의 기본 입장이다. 전환 승인 기준도 애초 기대했던 것보다 대폭 낮추어 해당지역의 가입 가구 수 기준 고시 비율을 15%로 낮추었던 것도 이러한 점을 고려해서다.

이번에 43개 종합유선방송 구역을 두고 54개의 중계유선사업자들이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계유선방송 사업 실태에 대해 정확히 조사되지는 않았지만 2000년말 기준 전국에 840여개 업체가 있으며, 약 680만 가구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케이블TV 산업을 활성화시키는 시장의 확대를 의미한다.

방송위원회가 출범한 지 1주년을 맞아 각계 각층의 격려와 함께 따가운 비판도 받았다. 이런 비판을 경청하면서 방송위원회는 케이블 방송 산업을 정상화시키겠다는 정책의 예에서 보듯 방송문화와 방송산업의 탄탄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하나하나 벽돌을 쌓아간다는 자세로 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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