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스케치

○…지난 31일 홈쇼핑 채널 사업자 발표가 이뤄진 방송회관 2층 국제회의장 주변에는 발표 1시간 전인 오전 10시께부터 취재진과 신청법인의 관련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관계자들은 오전 9시 30분에 시작된 방송위의 임시 전체회의가 다소 지연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초조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이날 발표장은 예상과는 달리 썰렁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각 사업자들은 실무진이 아닌 일반 사원을 1, 2명씩 형식적으로 내보냈고 몇몇 컨소시엄은 탈락을 예상한 탓인지 아예 발표장에 나타나지 않기도 했다.

사업자 선정 발표가 있자 한국농수산방송 관계자들은 환호성을 올렸으며 탈락 법인의 관계자들은 발표중 자리를 뜨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저조한 참석률에 대해 “발표 전날 이미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기 때문에 탈락자들이 나오기를 꺼려한 것 아니겠느냐”며 보안유지에 구멍이 뚫린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장에 나온 기자들은 대부분 발표일정이 갑자기 이틀이나 앞당겨진 데 대해 의아함과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정기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기자들에게 “TV홈쇼핑 사업을 신청한 1000여개 업체 관계자들이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헛소문이 난무해 이를 막기 위해 미리 발표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방송위가 심사위원과 심사과정을 철저히 비공개하기로 해놓고 청문회에서 심사위원들을 노출시켰을 뿐만 아니라 지난 30일 오전 심사위원들을 집으로 돌려 보냄으로써 심사에 대한 정보가 상당히 유포됐을 것”이라며 “국가 정책적 사업의 발표 시기를 특별한 변수도 아닌 소문 때문에 변경했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날 홈쇼핑 채널 사업자로 선정된 3개 사업자는 대체로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홈쇼핑은 최대 주주인 아이즈비전의 부산 사옥에서 샴페인을 터뜨리며 결과 발표 3일 전부터 미리 준비해두었던 보도자료를 선정 직후 각 언론사에 배포하는 등 발빠른 모습을 보였다.

한국농수산방송 역시 선정을 확신해서인지 관계자가 3인이나 발표장에 참석하는가 하면 여의도 설립준비위 사무실에서는 이길재 위원장·하림 사장 등이 만세삼창을 부르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비해 현대백화점이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연합홈쇼핑은 다소 침착한 반응을 나타냈다. 현대백화점측은 짧은 당선소감만을 담은 보도자료를 준비하는 등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이번 심사에서 탈락된 9개 신청법인 중 일부 사업자들은 발표 전날까지 선정을 확신하다가 탈락소식을 접한 후 허탈한 분위기를 감추지 못했다.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한 모 컨소시엄의 한 관계자는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했으나 선정에서 제외돼 암담한 심정”이라며 “수개월간 준비했던 사업계획을 홈쇼핑 관련사업으로 연계하는 방안을 구상중”이라고 말했다.

아예 탈락을 예감했기 때문인지 발표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사업자들도 다수였다. 또 방송위원회의 심사결과 발표 직후 심사기준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업자도 눈에 띄었다.

사업 신청서를 제출했던 한 컨소시엄 관계자는 기자들의 질의가 끝나자마자 “방송발전기금을 평가하는 기준이 60점과 48점으로 나뉘어져 있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며 이에 대한 해명을 공식적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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