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비전 한국 진출전략 오리무중

당초 국내 벤처기업인 미지온과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진 미국 배급사 액티비전이 이같은 논의를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또한 액티비전은 미지온 외에도 국내 게임배급사인 비스코와 게임배급을 위한 협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액티비전이 어느 업체를 파트너로 삼아 어떤 형태로 진출할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본지 28일자 23면 기사 참조

◇합작법인 설립 논의하지 않았다=미지온엔터테인먼트(대표 이강균)는 미국의 액티비전과 공동으로 한국내에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포괄적인 제휴 방안을 논의중이라고 27일 밝혔다. 미지온은 자사가 액티비전의 한국내 파트너로서 낙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액티비전 본사의 존 구데일 부사장을 초청해 28일 서울 강남 리츠칼튼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존 구데일 부사장은 『미지온과 합작법인 설립을 논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미지온의 해명=미지온은 액티비전과의 협상 진전 내용을 섣부르게 발표한 것이 화근였다고 해명했다. 액티비전 측과 게임개발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부문의 제휴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한국내 지사 설립에 대한 논의도 있었지만 본사 차원에서 결정되지 않은 부문까지 알려져 일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

미지온의 이강균 사장은 『구데일 부사장의 방한 기간중에도 한국내 진출에 대한 상당한 협의가 이루어졌으며 조금만 기다리면 공식적으로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지온의 이같은 해명은 정황적으로 타당성이 있다. 구데일 부사장의 공식적인 부정에도 불구하고 정황적으로 보면 액티비전이 미지온과 모종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액티비전이 미지온과 아무런 사업관계가 없다면 본사의 부사장이 미즈온의 방한 초청을 받아 들일리 없다. 더욱이 구데일 부사장이 기자회견에서 밝힌대로 한국내 시장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방한했다면 세고엔터테인먼트나 비스코와 같은 거래관계가 있는 업체의 초정으로 한국에 오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구데일 부사장은 이번 방한 기간동안 세고와 비스코를 방문하지 않았다.

구데일 부사장도 기자회견장에서 『미지온의 개발 능력에는 깊은 인상을 받았으며 향후 미지온이 액티비전 밸류의 개발 사업에 참여하도록 선정되면 적절한 시기에 발표가 이루어질 것』이라며 미지온과 합작법인 설립은 아니지만 포괄적인 제휴 협상을 벌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액티비전 비스코와도 접촉= 업계에서는 구데일 부사장이 기자 회견을 자청해 미즈온과의 합작법인 설립 논의를 일축한 것은 본사 차원에서 미즈온 이외의 또 다른 카드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국내 게임배급사인 비스코(대표 이지영)와 벌이고 있는 협상을 염두에 둔 전략적 계산이 작용했다는 것. 실제로 액티비전은 세계적인 양판점 업체인 EB의 국내 법인인 EB코리아·비스코 등과 공동으로 액티비전의 게임타이틀을 유통하는 방안을 논의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스코의 관계자는 『EB코리아가 한국내 배급을 맡고 비스코가 총판으로 액티비전의 타이틀을 유통하는 방안을 놓고 지난 1월초부터 협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액티비전이 미지온과 현지법인을 설립한다는 이야기는 말이 안된다』고 밝혔다.

현재까지의 정황을 종합하면 액티비전은 △단독으로 현지법인을 설립해 비스코(유통)와 미지온(개발)을 협력사로 두거나 △제3의 업체와 공동으로 합작법인을 설립하거나 △당초 미지온이 밝힌대로 「미지온액티비전」이라는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세 가지 정도의 시나리오를 놓고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액티비전의 저울질이 언제 끝나고 어느쪽으로 기울지는 현재 상태로는 오리무중이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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