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의미를 가상공간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e마켓플레이스(전자장터) 정도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특히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많다고 자랑하는 엔지니어일수록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경향이 심하다.
그러나 인터넷의 영향은 최근 전자상거래의 범위를 훌쩍 뛰어넘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우리 생활 곳곳에까지 큰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오고 있다. 또 경제·경영 한 분야만 보더라도 인터넷은 새로운 제품의 개발과 생산·판매를 포함한 기업의 경영환경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세계적인 전자상거래 컨설팅 회사인 포레스터리서치(http://www.forrester.com)와 공동으로 기획하는 「EC커런트」는 스무번째 이야기로 「자동차 생산도 소비자들로부터 주문을 받아 제작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흥미진진한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자동차 산업은 거대한 장치산업이다. 제너럴모터스(http://www.gm.com)와 포드(http://www.ford.com) 등 메이저 업체들은 전 세계 공장에서 1년에 500만∼800만여대의 자동차를 쏟아내고 있다. 최근 자동차 산업의 특징은 거대한 자본투자가 필수적인 데다가 노조활동 등으로 인건비 부담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동차 업체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회사 생산규모를 늘리는 동시에 공장 가동률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다.
자동차 업계에서 공급과잉이 항상 최대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자동차 회사들은 또 대량 생산체제를 갖춘 후 이를 판매하는 방법도 「밀어내기식」 일변도였다. 이를 위해 전세계적인 딜러 망을 구축하는 데에 또 천문학적인 투자금을 쏟아 붓기 일쑤였다.
자동차의 생산 및 유통과정 그 어느 곳에서도 소비자들의 개인적인 취향을 반영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어려운 과제로 인식돼왔다.
소비자들의 취향이 반영되지 않은 자동차들은 판매가 안돼 회사 야적장이나 딜러들의 매장에 쌓아놓을 수밖에 없다. 이번 조사에서 자동차 1대를 공장에서 출고한 후 판매할 때까지 약 45일이 걸리며 이 기간동안 자동차 보관 등에 필요한 제반 비용만도 300달러가 소요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적인 공급과잉은 또 치열한 가격경쟁을 낳을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자동차 1대를 팔 때마다 평균 2100달러를 깎아 줄 정도로 경쟁이 심각한 상황이다. 자동차 유통과정에서 나타나는 두 가지 부대비용을 합친 2400달러는 자동차 1대를 판매할 때 제조업체가 기대할 수 있는 경상이익(4000달러)의 무려 60%에 해당하는 수치다.
포레스터리서치는 「지구촌 어느 나라에도 이 정도 출혈을 감수할 수 있는 자동차 공장은 없다」며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도 대부분 화려한 겉모습과는 정반대로 수익성 측면에서는 이미 중증 영양 결핍증에 걸려있는 환자나 다름없다」고 진단했다.
포레스터리서치는 이러한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과 양방향 통신을 할 수 있는 인터넷을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신차 개발 및 생산과정에 인터넷을 활용하는 수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자동차도 PC처럼 인터넷을 통해 주문받아 생산하는 BTO(Build To Order)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인터넷이 자동차 등 첨단제품 연구개발(R&D) 활동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가는 「연구개발 포털이 뜬다·본지 2000년 6월 7일자」 참조)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BTO를 도입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많다. 포레스터리서치는 모범 사례로 미국 GM이 최근 브라질에 구축한 블루 매코 공장을 들고 있다. 이 공장은 자동차 생산 전 과정을 몇 개의 모듈로 나누어 자동차를 주문받은 날로부터 3일 안에 조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독일 자동차 업계를 대표하는 BMW가 최근 유럽 시장에 선보인 신차 「3 시리즈」와 도요타의 시애틀 공장 등도 모두 최근 모듈을 조립하는 방식으로 제작되는 BTO 기술을 과감하게 도입해 자동차 생산 시간을 대폭 단축시킨 대표적인 사례로 각각 평가됐다. 또 이들 공장에서 생산된 자동차가 딜러 회사까지 운송하는 데 걸리는 기간도 2주일에서 최근 8일 이내로 단축됐다.
이처럼 자동차 생산 및 유통기간의 단축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은 바로 딜러들이다. 이번 조사에서 이들 자동차 회사의 딜러들이 판매하는 제품의 종류는 대폭 늘어났지만, 재고부담은 반대로 최근 1∼2년 동안 50% 수준까지 대폭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자동차 1대를 팔 때마다 200달러의 수익이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소비자들로부터 직접 주문을 받는 체제를 갖추면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더 이상 과잉 생산된 자동차를 헐값에 밀어내기식으로 처분하는 비효율 문제를 걱정할 필요도 없어진다.
다임러크라이슬러(http://www.daimlerchrysler.com)는 최근 전 세계적인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다즈 니온」 생산을 줄이는 대신 고가의 「콩코드」 분야에 주력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크라이슬러는 콩코드 1대를 판매할 때마다 700달러 정도의 수익성 개선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수치는 자동차 업체들이 제품을 최종 구매하는 소비자들과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구축함으로써 기대할 수 있는 새로운 고객확보 등 간접적인 효과는 계산에 넣지 않은 것이다.
BTO 기술의 도입은 자동차를 최종 구매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당연히 도움이 된다.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소비자들은 인터넷 웹사이트만 통하면 전세계 주요 업체들이 공급하는 자동차 중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주문하는 방식으로 구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자동차가 현재 어느 공장에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물론 추가 요구사항까지 전자우편으로 자동차 회사에 보낼 수 있다.
특히 미국의 포드, 유럽의 르노, 일본의 도요타 등 자동차 메이저 3개 업체가 개설한 포털 사이트 트릴로지오토모티브(http://www.trilogy.com)는 이들이 생산하는 수십종의 제품에 부문생산 방식을 도입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 인터넷을 통해 자동차를 주문, 구입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들은 BTO의 가장 큰 장점으로 「딜러가 제한된 차종 중에서 권하는 것이 아닌, 원하는 자동차를 꼭 지정해서 살 수 있다는 것」을 들고 있다. 또 이들 중에 약 20%는 「나만의 자동차」를 갖기 위해 3주일 정도는 더 기다릴 수 있다고 대답한 데에서도 BTO가 앞으로 새로운 자동차 생산방식으로 정착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자동차를 구입할 때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자동차의 성능과 가격조건 등을 꼼꼼하게 따져 본 후 구입하는 비율이 지난 99년 약 20%에서 작년 40%까지 2배 이상 뛰어 오른 데 이어 인터넷은 최근 전세계 자동차 생산 및 판매 전과정에까지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그렇게 되면 가장 먼저 혜택을 보는 곳은 첨단 기술관련 기업들을 대상으로 프로
젝트 관리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있는 넥스프라이즈(http://www.nexprise.com)와 i2테크놀로지(http://www.i2.com), 전사적자원관리(ERP) 분야의 최강자인 오라클(http://www.oracle.com) 등 전문 소프트웨어 회사들에 가장 우선적으로 돌아갈 것이 분명하다.
포레스터리서치는 또 세계 연구개발 소프트웨어 시장 주도권을 둘러싸고 i2테크놀로지, 오라클과 함께 애질(http://www.agilesoftware.com)과 애스펙트(http://www.aspectdevelopment.com) 등 4개 회사가 선두그룹을 형성하며 넥스프라이즈, 커머스원, JD에드워드, 매뉴지스틱스 등 4개 회사가 그 뒤를 잇는 강력한 경쟁 세력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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