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로크업」과 재경부의 침묵

벤처캐피털업계가 이구동성으로 벤처캐피털 투자기업의 코스닥 등록 후 일정기간 보유주식 매각을 제한하는 이른바 「로크업(lock-up)시스템」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무기관인 재정경제부는 꿈쩍을 하지 않고 있다. 코스닥시장 안정을 위해 벤처캐피털의 등록 초기 보유주식 대량매도 사태를 강제로 막겠다는 게 당초 취지를 원칙대로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의 불만은 끊이질 않는다. 로크업시스템이 당초 재경부와 코스닥위원회의 취지대로 코스닥시장 안정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사실이 데이터로 입증된 데다 이 제도의 도입으로 벤처산업 발전에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벤처캐피털만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벤처캐피탈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한층 강화된 로크업시스템이 적용된 지난 9월 이후 증권·투신·은행·종금 등 기관투자가들은 투자기업 주식을 무자비하게 내다판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벤처캐피털들은 6개월이란 로크업 기간에 발목이 잡혀 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애만 태우고 있다.

로크업시스템의 도입 취지와 효과가 어떻든간에 이 제도의 최고 수혜자는 벤처기업·개인투자가·벤처캐피털이 아닌 기관투자가들이다. 코스닥 등록이 임박한 벤처기업에 투자해 등록 후 곧바로 치고 빠지는 기관투자가들만 로크업시스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벤처기업의 코스닥 등록을 주간하는 증권사들의 혜택은 상당하다.

반면 벤처기업에 자양분을 제공하는 벤처캐피털들은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 투자-회수-재투자를 거듭하는 벤처캐피털로서는 로크업시스템이 자금 회수를 가로막음으로써 캐시플로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로크업은 벤처기업들에도 불리하게 작용한다. 상대적으로 초기단계 벤처에 장기투자를 원칙으로 하는 벤처캐피털들은 투자 회수가 가장 중요한 요소다. 벤처캐피털산업이 고성장한 것도 바로 코스닥시장 활성화 때문이다. 그러나 로크업시스템 도입으로 벤처캐피털의 투자 회수가 차질을 빚으면서 벤처금융시장 냉각이 심화, 결국 벤처 자금난을 심화시키게 된다.

벤처캐피털업계는 이에 따라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로크업시스템의 시정을 바라는 진정서를 관계기관에 제출했지만 재경부는 꼼짝도 않고 있다. 『로크업시스템을 풀 수 없다면 최소한 기관투자가들도 같이 적용해 달라』며 한 발 양보까지도 했다. 그런데도 주무부처인 재경부는 5개월째 묵묵부답이다. 이제 벤처 재도약이란 대승적 차원에서라도 재경부의 용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디지털경제부·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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