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무선인터넷시장 주도권 놓고 도코모-보다폰, 진검승부

「보다폰이냐, 도코모냐.」

NTT도코모가 유럽을 시작으로 올 가을을 기해 자사의 휴대폰 인터넷서비스 「i모드」의 세계화 전략을 내놓은 가운데 보다폰에어터치가 7일 유럽 전역에서 올 하반기 이전에 동종 서비스를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세계 휴대폰 서비스계 양대 산맥 보다폰과 도코모는 유럽 무선인터넷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힘겨루기에 들어가게 됐다.

특히 무선인터넷 서비스가 올해 일본을 시작으로 등장하는 IMT2000의 핵심이기 때문에 올 가을부터 불붙게 될 이들 양사의 경쟁은 차세대인 3세대(3G) 이동통신 시장의 주도권 다툼으로 자연스레 이어져 갈 전망이다.

도코모는 오는 9월 출자 업체인 네덜란드 KPN모바일, 이탈리아의 TIM 등과 손잡고 휴대폰 인터넷서비스를 개시, 내년에는 미국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도코모의 무기는 일본에서 가입자 2000만명을 넘어선 i모드 서비스의 기술·운영 노하우. 유럽에는 경쟁 서비스로 무선애플리케이션프로토콜(WAP)이 있지만 사용 불편 등으로 보급이 극히 저조한 실정이다.

도코모의 목표는 i모드를 전세계로 보급, 3G 서비스로의 본격 이행 이전에 최대한으로 이용자를 늘리는 것이다.

이에 대응해 보다폰은 일본 업체들과의 제휴를 강화해 도코모의 유럽 진출 및 세계화에 제동을 건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i모드의 경쟁 서비스인 출자 업체 J폰의 「J스카이」의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하는 한편 단말기에서는 마쓰시타통신공업·미쓰비시전기·카시오계산기 3사와 손잡고 경쟁력을 배가시켜 나간다는 전략이다.

특히 이 회사는 유럽 일부 국가에서 추진중인 「일반패킷무선서비스(GPRS)」를 역내 전역으로 확대, 무선인터넷 가입자 획득에 본격 나서기로했다.

2G와 3G의 중간 단계인 2.5G로 분류되는 GPRS는 전송속도가 2G에 비해 2배 빨라 i모드에서와 마찬가지로 전자우편이나 인터넷 접속이 원활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지금으로선 도코모와 보다폰의 경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가늠하기 힘들다. 유럽 무선인터넷 시장이 이제 시작 단계인 데다 시장 전망도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사는 오히려 경쟁보다는 시장 자체를 활성화하면서 3G로 이행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호흡을 같이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도코모가 유럽에 진출하고, 보다폰이 유럽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3G 시대를 겨냥한 세계화 전략의 일환이다. 「융합(convergence)」을 기본 개념으로 하는 3G에서는 세계의 얼마나 많은 지역에 하나의 단말기로 통하는 서비스 체제를 구축하느냐가 성패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도코모는 KPN텔레콤-AT&T와이어리스-허치슨텔레콤(홍콩) 등으로 이어지는 글로벌망을 형성하고 있다. 보다폰은 미국 에어터치와의 합병, 독일 만네스만 인수 등에 이어 최근 J폰의 모회사인 일본텔레콤 지분을 확대, 단독 최대주주가 되며 미국-유럽-아시아를 잇는 사업 기반을 더욱 강화했다.

보다폰과 도코모의 3G를 겨냥한 세계화 전략은 우선 유럽을 무대로 가능성을 검증 받게 된다. 양사는 내년 본격화를 예정으로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 방식의 3G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휴대폰 보급률이 가장 높지만 무선인터넷 보급은 저조한 유럽에서 올해 안에 WCDMA가 개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