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인텔코리아의 대표이사 사장 자리를 은진혁 현 사장에게 물러주고 일선에서 한발 물러난 정용환(48) 사장이 11대 한국외국기업협회장에 재선임됐다.
사단법인 한국외국기업협회(KFCA http://www.forca.org)는 산업자원부 산하 경제단체로 1000여개 회원사를 거느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와 함께 국내 주요 외국기업단체 중 하나다. 지난해 12월 말 현재 한국 외국기업협회 회원사는 598개.
섬유 및 봉제류 수출이 한창이던 지난 77년에 국내 기업의 해외 수출을 지원하는 창구로 설립된 한국외국기업협회는 수출기업협회로 활동하다가 97년에 최인학 모토로라 전 사장이 9대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현재의 이름으로 문패를 바꿔 달았다.
이때부터 한국외국기업협회는 외국 기업의 국내 활동을 지원하려는 취지를 뚜렷이 했다.
정용환 회장은 25명의 부회장들과 한 달에 한 번꼴로 만나 회원사 애로사항 청취, 대정부 건의, 정부 시책 및 무역·투자 관련 정보를 교환하며 이를 사무국에서 수렴하도록 했다.
99년에 수출업체간 친목도모 및 해외 정보교류의 일환으로 창립한 무역대리업(바잉오피스) 경제인클럽도 정용환 회장이 10대 회장 임기 중에 추진한 성과다.
11대 회장으로 재선임된 정용환 회장이 말하는 한국외국기업협회의 역할은 크게 외국 기업의 투자 활성화와 북한 진출이다.
정용환 회장은 수출도 중요하지만 외국 기업이 국내에서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한국외국기업협회는 이 같은 취지에 걸맞게 최근 주무부서가 수출진흥과에서 투자진흥과로 변경됐다.
외국인 투자는 지분투자·설비투자·벤처투자·기술투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유치 가능하다는 것이 정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페어차일드반도체가 삼성전자 전력용반도체사업부를 인수해 지역에 토착한 사례, 인텔캐피털의 벤처기업 발굴 투자 등을 예로 들어 외국 기업의 투자 확대를 고무적으로 평가한다.
외국 기업의 투자 확대를 추진하는 정용환 회장의 방침은 그가 현재 담당하고 있는 인텔캐피털의 구체적인 운영 방안에서도 드러난다.
그에 따르면 인텔은 이미 서울 상암동의 디지털미디어시티(DMC) 프로젝트에 9억원을 투자했으며 리눅스원을 비롯한 국내 벤처기업에 투자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아울러 앞으로 한 달에 1∼2개 업체꼴로 평균 400만∼500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지속할 방침이기도 하다.
다만 외국 기업의 또다른 투자 형태인 지분투자에 대해서는 약간의 이견이 있기도 하다.
삼성전자·현대전자 등 국내 최고의 반도체업체 지분의 절반 가량이 외국인 지분으로 돼 있는 상황에서 일부는 국부 유출을 우려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 이미 국가간 경계는 무의미해졌다』며 『핵심은 비즈니스가 어디에서 이뤄지는가의 문제』라고 꼬집는다.
그는 예전에 경제지표로 사용되던 국민총생산(GNP)이 지금은 국내총생산(GDP)으로 바뀐 것이 그렇지 않냐는 반문이다.
결국 정 회장은 외국 기업이 국내에 토착화할 경우 전체 국부는 증대된다는 긍정론을 편다.
그러나 정 회장은 국내 투자환경이 미숙한 단계라고 보고 있다.
국내의 경우 항상 잠재돼 있는 노사문제와 실무 차원까지 미치지 않는 정부 규제가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를 저해하는 요소라는 지적이다.
그는 투명한 회계기준,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통한 투명경영이 정착돼야 외국인 투자가 보다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여기에 부수적으로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도 그가 고려하는 투자 요건 가운데 하나다.
두 번째는 북한 진출에 대한 의지다.
정 회장은 『북한 진출은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기업으로서도 초미의 관심사』라며 『북한이 아시아 기타 지역보다 기술인력의 수준이 높기 때문에 적극적인 투자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한국외국기업협회는 우선 북한의 인프라를 확인한 후에 회원사를 대상으로 투자환경을 고지하고 투자조사방문단을 파견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밖에 정 회장은 올해 11월 21일을 「외국기업의 날(가칭)」로 제정하고 훈·포상을 실시하겠다는 계획도 잡았다.
11월 21일은 지난 77년 한국외국기업협회가 출범을 위해 회동한 날로 자체 기념일로 지정해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기업의 위상을 알리겠다는 취지다.
한국외국기업협회장이자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인 인텔코리아의 대표이사로서 정 회장은 요즘의 경제 상황에 대한 분석과 국내 산업의 방향에도 조언을 잊지 않았다.
반도체산업의 불황은 재고가 증가했기 때문이며 이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부족했기 때문이므로 재고관리에 대한 노하우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D램·액정표시장치(LCD)·모니터·브로드밴드 등 국내 업체가 세계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는 품목을 위주로 국내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는 특히 한국은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연구 및 생산기지 등의 역할로 입지 조건이 좋기 때문에 앞서 지적한 몇 가지 문제점만 해결되면 외국 기업들의 투자유치에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한국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국내에 진출한 외국 투자업체는 제조업 4127개, 서비스업 2378개, 농축수산업 186개, 기타 1344개로 총 8000여개에 달한다.
외국 기업들도 더이상 국내 땅을 빌린 「이방인」으로만 부를 수 없을 만큼 경제의 한축이 되고 있다.
<약력>
53년 전북 임실 태생
79년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졸업
88년 컨트롤데이터코퍼레이션 한국지사장
91년 시게이트테크놀로지코리아 사장
96년 인텔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취임
99년 한국외국기업협회 10대 회장
2000년 인텔코리아 대표이사 고문
2001년 한국외국기업협회 11대 회장
<김인구기자 cl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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