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불법 소프트웨어(SW) 합동 단속이 본격적으로 실시되자 그동안 불법 복제품을 사용해오던 기업들은 정품 구입 예산 추가 책정, 불법 SW 삭제 등 대응 조치를 마련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강도 높은 불법 복제 단속으로 일부 업무가 차질을 빚는 등 부작용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의 대책마련=우선 불법복제된 SW를 정품 SW로 교체하기 위한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자체 조사 결과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SW 구입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나 비용책정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올들어 영업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지출경비가 생기자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직원이 90여명인 I사의 경우는 이틀 동안 정품 SW 교체작업을 벌인 결과 1억원 가량의 비용이 지출됐으며 중소기업인 S사의 경우도 SW 구매를 위해 3000만원의 비용을 지출하는 등 대다수의 기업들이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
시스템통합(SI) 업체들도 이번 불법 SW 집중단속에 대비, 개인별 주의 사항을 담은 메일을 사내 게시판에 올리고 개인 PC에 대한 원격시스템검사를 실시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만약 이번 불법 SW 단속에서 적발돼 저작권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당할 경우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에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공급하는 사업자로서의 대외적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게 SI업계의 가장 큰 우려다.
이에 따라 LGEDS는 사내 직원을 대상으로 경고 메시지와 함께 사내 감사팀을 통해 불법 SW 사용에 대한 연중 불시단속을 실시키로 했다. 자체 불시단속에서 적발되는 경우에도 사내 규정에 따라 징계조치를 내린다는 방침이다.
전사원 PC에 대한 원격관리시스템을 도입해 놓은 삼성SDS와 SKC&C는 직원이 출근해 PC를 부팅하는 동시에 원격 점검을 실시, 설치된 SW의 정품 여부를 개인별로 통보하고 비정품으로 판단되는 모든 SW를 곧바로 삭제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특히 SKC&C는 12여개 고객사의 개인별 PC에 대한 원격점검도 실시해 설치된 SW 현황과 회사가 보유한 라이선스 현황을 직접 비교한 후 그 결과를 고객회사에 통보해 주고 있다.
대덕밸리 벤처업계 및 대덕연구단지내 정부출연 연구기관 등은 정부의 불법 SW 단속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자 정품 SW를 서둘러 구입하는 등 대책 마련에 초비상이 걸렸다.
특히 IT 및 SW 관련 업종의 벤처가 밀집한 대전소프트웨어지원센터를 비롯, ETRI 창업보육센터, KAIST 신기술창업지원단내 창업보육센터, 대전시 장영실관 등 대규모 벤처집적시설은 『이번 만큼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하에 입주 벤처마다 자구책을 준비하고 있다.
대전소프트웨어지원센터내 A사는 이번 단속에 대비, 제품 개발에 꼭 필요하지만 고가인 탓에 복제품으로 대체했던 웹편집기 관련 외국산 SW를 구입한 데 이어 카피당 100만원이 훨씬 넘는 MS사의 「비주얼 소프트 스튜디오」 정품을 구입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에 따라 소프트웨어지원센터 운영을 맡고 있는 대전소프트웨어진흥원에서는 다음주부터 입주 업체를 대상으로 사전 조사를 실시, 정부의 단속에 미리 대비토록 한다는 입장이다.
◇정품 SW 공급업체들의 반응 =국내 정품 SW 공급업체들은 이번 단속으로 단기적인 매출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안철수연구소의 온라인 판매 실적을 보면 SW 불법복제 단속이 있기 전인 지난 주 평균 하루 매출이 500만원 정도였는데 이번 주 들어 판매액이 급상승, 8일에는 1700만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국내 SW 업체는 반짝 매출에 효과적인 단속보다는 사용자 의식 변화처럼 장기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반응이다.
MS의 협력사인 소프트윈의 경우 SW 불법 단속 이후에 고객들로부터 제품 구입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올해 매출 목표 달성을 낙관하고 있다.
◇부작용 =일부 SW 개발부서에선 업무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상당수의 기업들이 불법복제된 SW를 지우거나 정품 SW로 바꾸는 과정에서 데이터 백업, 포맷, 인스톨 등의 작업으로 인해 업무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개발부서의 경우 개발업무를 거의 전폐하다시피 불법복제 SW 처리에 나서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는 것. 모 중소업체의 개발자는 『불법복제 문제 수습 때문에 3일동안 개발작업을 하나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부 외산 업체의 대리점은 품귀현상으로 가격이 오를 때를 기다리며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 사재기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어도비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이미 지사에서는 충분한 양의 제품이 출시됐는데 대리점간의 이해득실 때문에 제품이 제대로 순환되고 있지 않다』며 『제품 순환에 인력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컴퓨터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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