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납 LCD프로젝터 시중가 절반에 낙찰 가격하락 우려

6일 조달청이 실시한 LCD프로젝터 입찰에서 2000안시루멘 이상급 LCD프로젝터의 조달가격이 민수시장 가격보다 40% 이상 낮은 400만원대에 낙찰됨에 따라 국내 LCD프로젝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이번 2000안시루멘 이상급의 낙찰가는 9일 예정된 중소기업들이 수의계약형태로 진행하는 2000안시루멘급 미만 제품의 가격에도 영향을 미쳐 1500안시루멘급 제품 가격도 200만∼300만원대 이하로 낮게 형성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조달시장에서의 이같은 가격 하락은 입찰용 모델이 별도로 없는 LCD프로젝터 제품의 특성상 민수시장 가격을 대폭 끌어내릴 것으로 예상돼 관련업계는 마진 축소로 인한 공멸을 막기 위해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LCD프로젝터의 조달가격 하락은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즉 소비자들이 보다 싼 가격에 좋은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돼 결과적으로 수요증가에 따른 시장규모 확대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현황

제품군을 2000∼2400안시루멘급(3분류)과 2500안시루멘급 이상(4분류)으로 나눠 진행한 6일 조달청 입찰에서 3분류는 신도리코·영진비쥬얼테크놀러지·엡손이, 4분류는 아산양행·신도리코·동원정밀이 따냈다.

3분류에서는 신도리코가 467만5000원, 영진비쥬얼테크놀러지가 478만6100원, 엡손이 478만7000원, 4분류는 아산양행이 492만9800원, 신도리코가 539만원, 동원정밀이 556만9000원을 써넣어 낙찰됐다.

재미있는 것은 지난 99년부터 조달청을 통해 교육시장에 납품해온 LG전자와 암전정밀 등이 가장 높은 가격을 써넣었다는 점으로 경험상 400만원대 가격의 납품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 문제점

업계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번 낙찰된 가격은 마진이 너무 작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이번 입찰에서 떨어진 업체들도 이번 조달청 입찰가 때문에 LCD프로젝터 가격이 전체적으로 하락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LCD프로젝터 가격의 하락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마진 축소로 인한 사후관리가 문제가 될 소지도 있다. 특히 일부에서는 낙찰받은 업체들이 실제 납품시 가격을 맞출 수 있는 다른 제품을 넣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을 정도다.

△ 전망

일부업체는 LCD프로젝터사업을 유지할 것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지금까지 과열경쟁을 벌여온 LCD프로젝터업계가 주요 업체들을 중심으로 정리되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높다.

특히 주요 업체들은 유통망을 단순화하고 딜러체계를 다시 점검하는 등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딜러 중심의 영업이 주를 이뤘던 LCD프로젝터업계에 빠르게 직판방식이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또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제조업체들은 가격하락으로 시장규모가 급속히 확대될 것으로 보고 양산체제를 조기에 확립함으로써 가격경쟁력을 높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수입업체들도 외국 본사와 협의해 국내시장의 가격하락분을 일정부분 커버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가격을 재조정, 시장환경변화에 대응해 나갈 예정으로 실제로 일부 외국업체들은 조달가가 결정되자마자 시장상황에 맞춰 국내총판에 가격을 낮춰 주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