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왜 보스턴인가

◆안홍철 iPARK보스턴 소장, hankahnⓐsoftware.or.kr

최근 정보통신부와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은 실리콘밸리, 북경에 이어 미국 동부 보스턴에 세번째의 해외 벤처인큐베이터 iPARK보스턴을 설립하기로 했다. 하버드대학과 MIT가 있는 곳으로 또 미국 독립전쟁의 도화선이 됐던 티파티사건으로 미국민들에게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 되고 있는 보스턴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까닭을 알려면 왜 실리콘밸리가 하이테크산업의 요람이 되고 있는지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다. 첫째, 실리콘밸리 부근에는 스탠퍼드, 버클리 등 다수의 일류대학이 있어 두뇌가 명석한 첨단기술 인력을 양산하고 있으며 둘째, 부설 연구기관에서는 수많은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고 있다. 셋째, 실리콘밸리 샌드힐 로드에 수많은 벤처자본이 포진하고 있고 넷째, 젊은 벤처기업가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헤드헌터, 법률회사, 회계회사 등 산업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60년대 히피문화의 산실이었던 샌프란시스코의 자유분방함을 이어받은 이 지역 사람들의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험적이며 체제 도전적인 사고방식을 들 수 있겠다.

그러면 과연 보스턴이 뉴욕, 워싱턴 등 다른 도시를 물리치고 동부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하버드, MIT 등 주변 65개 대학에 의해 만들어지는 보스턴의 엄청난 브레인 파워와 미디어랩으로 대변되는 케임브리지의 수많은 첨단 연구소들은 보수적인 뉴잉글랜드 문화의 중심인 보스턴을 창조성이 가득한 도시로 만들어 왔다.

뉴욕증권거래소, 나스닥과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등 투자은행들이 자리잡고 있는 월가로 대표되는 뉴욕은 명실공히 부동의 세계 금융 중심지이지만 보스턴 또한 피델리티, 퍼트냄, 웰링턴 등 투신사들이 운용하는 자산이 런던, 뉴욕, 동경에 이은 세계 제 4위로 그 규모는 1조9000억달러에 달하고 뮤추얼펀드의 규모는 미국 내 최대 규모인 7300억달러로 미국 내 제 2의 금융도시이자, 벤처캐피털면에서도 실리콘밸리에 이어 확실한 2위를 달리고 있다.

따라서 법률, 회계, 인사 등 산업 인프라도 미국내 1∼2위를 다툴 만큼 뛰어나다. 이러한 점에서 보스턴이 동부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며 방송멀티미디어 콘텐츠시장 특성을 지닌 뉴욕이나 SI 및 인터넷분야에 특성을 지닌 워싱턴 시장과는 달리 소프트웨어 전반 및 의료생명공학 분야 시장수요가 두드러진 보스턴은 우리의 IT 및 BT산업이 진출할 가치가 넘치는 시장이라 하겠다.

특히 보스턴에 위치한 회사들 가운데 스프레드시트 및 노츠로 대표되는 로터스, 가수 김장훈의 목마타기 광고로 더 알려진 인터넷 검색엔진 라이코스, 인터넷 상거래용 소프트웨어 전문업체 오픈마켓(open market) 등이 있다. 이 지역 소프트웨어 산업의 97년 말 현재 연간 매출액은 90억달러에 달하고, 텔레커뮤니케이션 산업 총 매출액은 440억달러에 이른다.

창조적 아이디어를 상품화하여 억만장자가 되고자 하는 진정한 벤처정신을 가진 이들이 이러한 거대 시장을 외면하는 것은 벤처인으로 자처할 자격이 없다 하겠다.

이러한 의미에서 나의 인생은 내가 산다는, 실패도 멋진 경험이라는 사고를 가진, 하루 20시간 일하고 잠은 슬리핑 백에서 잘 각오가 된 진정한 벤처인들은 보스턴 아이파크를 노크하기를 기대한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