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 데이터 전송기술 HDR
고속데이터전송기술인 HDR(High Data Rate)에 이동통신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동기식 2.5세대 이동전화(cdma2000 1x) 관련 장비수출을 추진하고 있는 국내 통신장비업체들에는 더욱 중요한 관심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HDR라는 미래약속(발전모델)이 있어야 동남아시아와 중국에서 고개를 드는 800㎒대역 아날로그 이동통신(AMPS)의 cdma2000 1x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차이나유니콤·중화전신(대만)·텔레콤말레이시아 등이 지난해부터 AMPS에서 디지털CDMA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cdma2000 1x로 옮겨갈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통신장비 3강은 물론 루슨트테크놀로지스·노텔네트웍스·에릭슨·노키아 등 굴지의 이동통신장비업체들의 물밑 수주전이 뜨거워지는 경향이다.
HDR는 미국 퀄컴이 내세운 기술로 2.4Mbps급 데이터 전송속도를 구현하는 cdma2000 1x EV(Evolution)-DO(Data Only)가 연내 상용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 솔루션은 기존 cdma2000 1x 주파수 대역에 별도의 데이터 전용 주파수를 설정, 이동통신망의 데이터 송수신율을 끌어올린다. 데이터 송수신 전용 모듈과 단말기가 필요하다는 점이 다소 불편하다.
하지만 퀄컴은 내년안으로 5.2Mbps급 EV-DV(Data+Voice)버전이 등장할 것으로 공언하고 있다. 하나의 통신망에 데이터와 음성을 동시에 실어보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곧 별도의 데이터 전용기기 없이 이동전화단말기만으로 HDR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뜻.
결국 EV-DV는 차세대이동통신(IMT2000)에 버금가는 솔루션이라는 얘기다. 물론 한정된 cdma2000 1x 주파수 안에 얼마나 많은 용량의 데이터를 담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기술 자체로는 IMT2000에 근접한 상태다.
이같은 점에서 HDR는 동기식 CDMA방식 장비제조업체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동기식 IMT2000인 cdma2000 3x를 개발하기보다는 HDR에 매진하는 모습이다. 한국통신프리텔과 퀄컴간의 「HDR 도입 약속」으로 국내시장에서도 일정 수요가 보장돼 있어 장비업체들의 HDR에 거는 기대치가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HDR의 성공여부를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는 것이 불안요소다. cdma2000 1x EV-DV버전이 나올 때 쯤이면 세계 이동통신산업이 IMT2000으로의 전환을 마무리하는 단계일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HDR 상용화가 본격화하자마자 아예 4세대로의 전환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결국 HDR는 소비자들의 손에 쥐어지기도 전에 사장되는 운명에 처할 수도 있다.
국내 통신장비업계가 이같은 우려를 어떻게 불식시키고 cdma2000 1x 장비 수요 창출 및 수출 증대로 이어갈 것인지 주목된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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