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개봉되는 일본영화는 그 소재면이나 주제면에서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해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올빼미의 성」은 그동안 쉽게 드러나지 않았던 닌자의 액션과 특수효과, 시대상을 엿보게 하는 화면 등으로 일본영화의 매력을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마무라 쇼헤이 등과 함께 일본의 누벨바그를 이끌었던 거장 시노다 마사히로가 일본의 대표적 지성인 시바 료타로의 1958년 원작을 토대로 만든 시대극. 감독은 「시바 료타로에게 영화를 바친다」는 서문으로 작가에 대한 신뢰와 존경을 표하고 있다. 최첨단 테크놀로지로 무장했다고는 하지만 「올빼미의 성」은 가볍거나 현란하기 보다는 오히려 평면적인 구도를 택함으로써 안정감에 치중한 연출력을 보이고 있으나 생동감은 떨어진다. 닌자란 암투와 혼란의 정국 속에서 권력층과 계약관계를 유지하며 비밀리에 임무를 완수했던 반체제 성격의 조직. 감독은 그동안 베일에 쌓여 있던 닌자의 생활과 모습을 인간적인 시선으로 담아낸다. 정권과 결탁, 암살의 임무를 수행해내지만 그들 역시 똑같이 고뇌하는 인간일 수밖에 없다는 감독의 관점은 철학적인 구도자의 시선으로 그려진다.
「올빼미의 성」은 크게 두 가지의 이야기가 대결구도로 전개된다. 권력을 향한 정치인의 야망과 그들의 손아귀에 자신을 맡겨야 하는 닌자의 운명. 그 속에서 같은 닌자끼리의 암투와 사랑이 또 하나의 이야기를 엮어간다.
전국시대 말, 일본열도의 혼란기. 막부 정권시대를 종식시킨 오다 노부나가는 어둠 속에서 모든 정보를 쥐고 있는 닌자의 존재를 두려워해 그들을 몰살한다. 온 가족이 몰살당하고 간신히 목숨을 건진 「이가」 닌자의 후계자 쥬조와 변장과 무술에서 뛰어난 실력을 갖춘 고헤이는 서로 헤어져 각기 다른 운명의 길을 간다. 10년 동안 산 속에 틀어박혀 불상을 조각하던 쥬조는 노부나가의 뒤를 이어 권력을 장악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암살 청부를 받는다. 복수를 위해 다시 옛 동료를 찾아나선 그 앞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고하기라는 여인이 나타나고 출세를 위해 닌자의 신분을 버리고 무사가 된 고헤이는 쥬조와 동료의 목숨을 노린다. 한편 쥬조에게 암살을 사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 역시 도요토미가 후계자를 얻자 때를 기다리기 위해 쥬조를 제거하려 한다.
다소 혼란스러울 정도로 다양하게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감독은 사나이들의 정치적 야망과 복수에 중점을 두기 보다는 쥬조와 고헤이의 갈등, 쥬조와 고하기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삶의 영원한 철학적 화두를 테마로 삼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도이기도 한데 시대적, 감성적 이질감 때문인지 깊은 공명을 울리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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