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업계 정부 출자금에 목멘다

벤처캐피털들이 대대적인 벤처펀드 조성을 앞두고 정부 출자금을 목이 메이게 기다리고 있다. 중소기업창업 및 진흥기금에서 올해 10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던 중기청이 정책시행기관인 중진공의 내부문제에 걸려 자금집행을 계속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자체 등 공공기관, 대기업 및 중소·벤처기업, 은행·보험·연기금 등 기관투자가, 외국인 등 다양한 내부 출자금을 확보하고 펀드 결성을 준비하고 있는 벤처캐피털들은 중기청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결국 올들어 코스닥시장의 회복으로 모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는 벤처투자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 업계 펀드 추진현황=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27일 현재 중기청 자금을 바탕으로 벤처펀드를 추진중인 창투사는 47개 기업에 총 78개에 달한다. 총 결성 목표금액만도 9000억원을 웃돌고 있으며 대부분의 창투사들이 3월 결성 목표로 벤처펀드 결성을 준비중이다. 상당수가 기금출자 직후 펀드를 결성할 계획이다. 업체별로는 무려 3개 조합에 1250억원대의 펀드를 추진중인 MVP창투를 비롯해 무한기술투자(580억원), 신보창투(530억원), 넥스트벤처(500억원), 한국기술투자(460억원), IMM창투(350억원), 녹십자벤처(300억원), 드림디스커버리(300억원), 파트너스벤처캐피탈(300억원) 등 100억원 안팎의 중기청 자금을 원하는 곳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중기청 자금만 조기에 집행되면 월별, 분기별 모두 사상 최대의 벤처펀드 결성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 언제쯤 풀리나=중진공의 내부 직원에 대한 주택자금 저리융자에 대한 기획예산처의 제동으로 시작된 이번 중기청 창투사 지원자금의 집행 지연은 늦어도 다음달 안에는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해 당사자인 중진공측이 노조측과의 협의를 통해 융자금의 조기상환을 독려하고 있고 기 대출금의 이자율 재고를 협의중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중진공의 한 관계자는 『전반적인 여론이 중진공 내부문제로 정책자금 집행이 지연되어서는 안된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고 노조쪽에서도 반응을 보여 조만간 타결될 것으로 본다』며 『3월을 넘지도 않을 것이고, 넘겨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특히 조기 자금집행을 원하는 벤처캐피털들의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기 투자회수자금 등 중진공의 다른 자금에서 150억원 가량을 우선 집행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향후 벤처펀드 결성 전망=정부자금이 조기에 집행된다 해도 벤처캐피털들의 벤처펀드 결성은 의도대로 순탄하게 이뤄지지는 못할 전망이다. 정부 예산이 지난해 2500억원(다산벤처 출자금 포함)에서 올해는 1000억원으로 대폭 줄어든데다 민간부문의 출자가 위축돼 상대적으로 벤처캐피털의 정부자금 수요가 지난해보다 급증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특히 수요가 공급을 초과함에 따라 정부출자 상한선을 조합결성총액의 40%에서 30% 이하로 줄이는 방안과 지난해 상반기와 같이 창투사를 선별, 출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목표치에는 미달하더라도 정부자금 집행과 동시에 국내 벤처캐피털들의 펀드 결성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투자해도 괜찮은 시점」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데다 벤처캐피털들이 그동안 펀드 결성을 위해 백방으로 뛴 데 힘입어 국내외 관련기관과 기업 등으로부터 출자를 확약받은 곳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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