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섭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tslee@hri.co.kr
최근 남북간의 IT협력사업이 활기를 더해 가고 있다. IT관련 대북 임가공사업과 북한산 스프트웨어 반입이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많은 기업인들이 남북 IT협력을 위해 북측과 활발히 접촉하고 있다. 특히 하나비즈 등 남측의 IT기업과 북측의 민족경제련합회 및 평양정보센터가 공동으로 오는 4월 중국의 단둥지역에 설립키로 한 남북한 IT합작회사는 눈여겨 볼 만하다.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7일 방북한 남북 IT교류 민간 대표단은 남북한 IT합작회사 설립을 비롯해 초고속망 구축 시범사업 및 영상체계 구축 시범사업, CAM체계의 공동개발 및 기술협력사업 등 총 8개항에 대해 북측과 합의했다고 한다.
단 한번의 방북으로 이와 같은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IT 협력에 대한 북한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 북한은 순차적인 과학기술 발전 단계를 뛰어 넘어 컴퓨터산업 등 첨단 과학기술을 최단 기간에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시킨다는 야심찬 목표를 갖고 과학 기술 발전에 전국가적 힘을 집중하고 있다. 북한의 경제부흥을 위한 기본 열쇠를 과학기술 발전에서 찾고 있는 김정일 위원장의 「과학 중시 사상」 「과학 중시 정치」는 과학기술 발전을 모든 것에 선행시키는 「과학 선행 사상」이다.
이를 위해 김정일 위원장은 1960년대의 낡은 사고와 방식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관점」에서 경제를 발전시킬 것을 주창하고 있다. 1960년대 북한의 국가 행정관료와 기업 관리자들은 과학기술 발전과 경제 효율성에 무관심한 채, 당면 생산과제 달성에 급급하여 자본과 노동 투입량 증대를 통한 외연적 성장을 추구함으로써, 당시 국가적 목표였던 과학기술 혁명이 좌절된 역사적 경험이 있다. 이렇게 볼 때, 김 위원장의 「새로운 관점」은 「과학 선행 사상」이라 할 만하다. 그것은 경제 형편이 어려워 공장이 멈춰서고 인민생활이 어렵더라도 과학기술 발전을 최우선시하는 것을 의미하며, 나라의 모든 경제사업과 교육사업의 제1차적 지향점 역시 과학기술혁명을 추동하는 데 있다.
지난해 중국의 중관춘(中關村) 방문에 이어 금년 1월 김정일 총비서의 상해 푸둥(浦東) 지구 방문은 과학기술의 선행 발전에 대한 북한의 확고한 의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물론 그것은 경제특구 형식의 평양 주도형 북한식 개방을 통해 전자·정보통신 등 첨단 과학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특히 단둥-신의주 지역을 중심으로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형태로 진행될 것이다. 단순하게 북한이 중국의 개방 경험을 배우고 그저 대외개방을 확대할 것으로 예단하는 것은 너무 안일한 생각이다. 물론 북한과 중국의 협력 강화는 우리에게도 하나의 기회다. 이런 의미에서 하나비즈를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추진되어 온 단둥-신의주 IT단지 구축사업은 선견지명이 있는 것이었으며, 이것이 「남북한 IT합작회사」 설립으로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단둥에서의 남북 IT협력은 신의주를 거쳐 평양으로 이어질 것이다.
21세기 남북 경협의 중심축은 IT산업이다. 북한의 하드웨어 인프라만 구축되면 남북 IT협력의 시너지 효과는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관련, 남북 IT협력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남북 IT협력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기본 장애물인 대북 전략 물자 반출 규제를 완화하여 핵심 IT관련 장비와 기술의 대북 반출을 허용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남북 IT협력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필수전제다. 정보화와 세계화의 기본 정신은 개방과 공유이며, 폐쇄와 배타는 냉전적 사고의 잔재일 뿐이다. 21세기 남북은 공존공영을 추구하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북한의 「새로운 관점」과 아울러, 우리야말로 통일의 시대에 걸맞은 진정 「신사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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