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석의 실리콘밸리 紀行>(3)B2B는 Back-to-Bankruptcy인가

20세기말 실리콘밸리를 핵으로 한 전자상거래(EC)라는 토네이도급 태풍이 전세계에 강타했다. 인터넷이 언젠가 비즈니스 시장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IT전문가들의 장담이 EC 등장으로 그대로 맞아 들어가고 있다.

아마존닷컴(Amazon.com)이라는 우스꽝스럽게 시작한 인터넷 도서판매 회사가 미국의 최대 전통서점망인 반스&노블스의 목을 죄는 것을 필두로 이베이(eBay)라는 인터넷 경매회사가 등장, 경이적인 영업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베이가 성공 기류를 타기 시작하자 아마존에서도 아마존 옥션을, 야후(Yahoo)에서도 야후옥션을 만들어 인터넷 경매 시장에 참여했다. 이베이는 작년 한해 매출이 4억달러로 위기를 맞고 있는 다른 닷컴 회사와는 확실히 차별화했다.

재미교포 중에서도 EC 비즈니스에 뛰어 들어 성공한 쾌거도 있다. 이토이(eToy)와 마이사이먼(mySimon)이 대표적이다.

지난 99년 1·4분기 실리콘밸리에 투자된 벤처 캐피털 자금 17억달러중 45%에 달하는 7억7000만달러가 EC와 인터넷 분야에 부어졌다. 반도체, 소프트웨어, 통신장비, 유전공학 부문의 투자에 비상이 걸린 것도 바로 이 무렵이다. 모든 벤처캐피털리스트(VC)들은 너나 할 것 없이 EC분야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게 앞 다투어 먹이 주기 경쟁을 했고 몇몇 거위들이 실제 황금알을 낳기도 했다. 때문에 VC 눈에는 거위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영업실적에 비해 회사가치가 과대평가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기 저기서 튀어나오기도 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색깔만 황금빛으로 속빈 강정같은 거위알이 속속 태어났다. VC들의 먹이주는 손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4·4분기 벤처캐피털 자금으로 투자된 110억달러 중 EC업체들이 받은 돈은 전체의 1%인 1억1450만달러다. 99년 4분기 EC부문 투자액 14억달러에 비하면 VC들이 EC업체들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투자 전문잡지 인더스트리스탠더드지에 따르면 작년 2월 이후 파산한 EC관련 업체는 77개에 이른다고 한다. 매출이 부진하거나 수익성이 없이 벤처캐피털로부터 추가 투자를 받지 못해 모두 파산 당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EC를 재래시장 개념에서 보면 주택가 진입로에 수십개 꽃가게가 즐비하게 늘어서 경쟁하는 꼴과 흡사하다. 우후준숙처럼 생겨난 거위 농장에서 키우는 거위가 황금알은커녕 식용으로도 팔리지 못하고 추가 운영비를 조달하지 못한 농장은 파산한 것이다. 그래서 B2B는 Back-to-Bankruptcy(거지가 되는 지름길)라 비아냥거리는 말까지 만들어졌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포레스터리서치가 최근 설문 조사한 결과 미국 구매자들이 B2B 도입에 대해 갈수록 호응을 보이고 있고 판매자들도 2002년에 모든 판매가 EC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만큼 EC가 활성화할 조짐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 온라인 구매자는 젊은 세대가 주류를 이룬다. 작년 한해동안 미국 온라인 구매자 인원 기준 24세 이하가 차지하는 비율은 40%에 해당한다. 때문에 젊은 층을 기반으로 EC는 계속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꽁꽁 얼어붙은 동절기 EC시장에서도 분야별로 대목을 맞고 있는 사례도 많다. e트레이드(eTrade)과 슈왑온라인(Schwab on-line)이 관리하는 고객 자산은 작년 11월 4135억달러, 계좌수가 410만 계좌로 하루 거래량만도 23만4700달러에 이른다. 야후, 아마존, 이베이 등 유명 EC 업체 이외에 여행, 의약품, 건강 심지어 갬블링을 상품으로 EC에 성공한 대표급 업체들이 많다.

차세대 B2B 기술도 뜨고 있다. EC 시장에서의 문제도 있었지만 기술상 한계를 개선한 최신 EC기술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B2B를 기존 시스템과 엮어 합성된 제품으로 가는 시도도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EDI와 B2B, B2B와 EAI가 바로 그 방향이다.

지구촌은 전자상거래의 단 하나의 하이퍼마켓이다. 누가 먼저 기술과 품질, 마케팅 전략으로 선점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들은 B2B가 Back-to-Billionaire(억만장자가 되는 지름길)로 알고 시간 공간을 초월한 인터넷 마켓에서 온 힘을 다해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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