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인터넷 응용제품 고전

포스트 PC 시대 대표주자인 인터넷 응용제품 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게이트웨이가 AOL과 손잡고 「커넥티드 터치패드」를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스리콤의 「오드리」 등 여러 제품들이 잇따라 출시됐지만 가격이 비싸 소비자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데다가 자본 부족 등 악재들이 겹쳐 업체들이 대부분 고전하고 있다.

인터넷 응용제품 분야 선두주자인 넷플라이언스의 경우에도 최근 매출부진으로 자사 제품 「아이오프너」의 직판정책을 포기했다. 이번 주 월드리포트는 정보기술(IT) 및 e비즈니스 자문회사 「기가인포메이션그룹(http://www.gigaweb.com)」 최근 인터넷 응용제품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를 자세하게 분석한 최신 보고서를 소개한다. 편집자

올해에도 인터넷 응용제품(IA:Internet Appliances)이 광범위하게 확산될 것 같지는 않다. PC 시대가 종언을 고하리라는 업계의 예측은 부분적으로 옳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IA가 곧바로 PC를 대체할 것이라던 당초 예상과 달리 IA는 PC 대체품 시장의 극히 일부만을 차지하고 있다.

기존 1세대 IA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최근 막대한 연구개발예산을 투입해 제2세대 제품을 준비했던 한두개의 소규모 IA 벤더들이 사업을 포기하고 시장을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앞으로 본격적으로 출시될 IA는 수요 확보에 성공하면 2세대 IA로 자리잡고 실패하면 마지막 세대의 IA가 될 가능성이 높다. 2세대 IA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용하기 쉽고, 웹 브라우징과 e메일의 한계를 뛰어넘어 풍부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IA에 대한 정의도 그동안 많이 변화했다. 지금까지 IA라고 하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단말기라는 의미로 주로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모뎀이 장착된 냉장고 등 가전기기까지로 그 범위가 확대됐다.

본 연구에서는 현재 가장 많이 보급된 기기인 카운터톱 IA 장치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해 보았다.

PC의 퇴조는 그동안 계속 예견돼 왔다. 최근 PC 판매량이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이 예견이 현실로 다가왔다. 이에 따라 과연 무엇이 PC를 대체할 것인가에 대해 의문이 생겨나고 있다. 지난 2년반이라는 기간동안 많은 사람들이 IA가 PC를 대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람들은 IA가 PC에서는 보지 못했던 품위와 편리성으로 소비자의 가정에 전무후무한 변혁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람들은 또 2002년이 되면 IA가 PC 판매량을 초과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는 데에는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며 적정한 가격 결정, 제품규격, 서비스를 위한 정확한 공식이 필요하다.

TV와 VCR, PC도 처음 시장을 형성하기까지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물론 인터넷에 대한 지나친 기대도 이런 성급한 초기 확산 예상에 한몫 했고 또 만족스러운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벤더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과신한 것도 또 다른 원인으로 지적된다.

기가인포메이션 그룹은 IA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 때문에 향후 2년간은 PC 판매량을 초과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대에 못 미치는 성능 :IA 제품은 대부분 기대했던 것보다 성능이 뒤떨어졌다. 제조업체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저렴한 TFT 평판 스크린을 사용했다. 값싼 TFT는 크기가 작을 뿐만 아니라 색상도 흐리고, 밝은 빛 아래서는 탈색되어 버린다. 키보드는 너무 작아 정확히 누를 수도 없다. 또 고속(브로드밴드) 인터넷 접속 기능을 갖춘 제품을 찾아보기 어렵다.

△높은 생산비용 :IA의 높은 생산비용은 2가지 측면에서 제품 확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첫째, 디스플레이 비용 때문에 예상했던 생산비용이 더 높아짐에 따라 일부 제조업체들이 제품을 시장에 아예 내놓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큐비트는 지난 98년 세빗 무역 박람회에서 웹패드 형태의 시제품을 전시했었지만 아직도 완제품을 시장에 못 내놓고 있다.

소규모 업체들은 자금 유치에 실패했으며 이에 따라 작년에는 더 적은 수의 업체들이 제품을 더 적게 내놓았다. 이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업체는 인텔같은 상당한 규모의 벤더들밖에는 남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업체들은 창조적 제품을 제공하는 회사와는 거리가 있다.

둘째, IA는 높은 부품 원가 때문에 500달러 이상의 가격대로 시장에 나오고 있다. 이 가격이면 보급형 PC를 살 수 있다. 사용상의 편리함만을 강조하는 IA 대신 가격도 별 차이가 없으면서 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있는 PC를 사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다양성 부족:기존 PC 업체들은 다양한 고객 요구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만들 능력이 없다. 비용 때문에 제1세대 IA가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2세대 제품이 성공하려면 여러 계층으로 분할되어야 할 것이다.

IA 벤더들은 소니·도시바같은 소비 가전 업체가 텔레비전과 VCR를 판매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다양한 가격대의 제2세대 IA를 구현해야 한다. 개인정보단말기(PDA) 시장에서 팜이 성공을 거둔 원인은 서로 다른 가격대의 다양한 제품으로 소비자를 공략했기 때문이었다.

이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IA 벤더들이 이 충고를 무시한다면 제2세대가 그들의 마지막 제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웹 브라우징 및 e메일 송·수신 기능만을 가진 보급형 제품부터 이러한 기능 외에 저장장치 및 웹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할 수 있는 기능까지 갖춘 고급제품을 공급한다면 서비스 수준이 높아질 것이고 이는 IA 시장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충분한 매출을 가져올 것이다.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부족 :1세대 IA는 평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이상의 기기로 탈바꿈시키고 더 나아가서 IA를 매출 모델로 부상시킬 수 있는 강력한 애플리케이션이나 웹 서비스가 부족했다. 미국에서 오드리의 판매 대상은 여성들이기 때문에 집안의 부엌 조리대에 놓을 수 있는 제품이라고 대대적으로 광고했다.

오드리는 가족들이 근처 식당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긴 하겠지만 이들이 외식하지 않고 직접 요리하려고 할 경우, 아쉽게도 조리법을 내려 받을 수 있는 기능은 없다.

△효과적인 마케팅 부족:IA 벤더들은 제품을 효과적으로 판매하는 방법을 두고 계속 고심하고 있다. 현재의 마케팅 계획은 IA를 PC 옆에 쌓아두고 단순히 제품에 대한 설명과 가격을 붙이고 IA를 팔리기만 기대하고 있는 꼴이다.

이러한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IA를 판매하고 있는 6개 소매점을 조사한 결과 이곳에 진열되어 있는 IA 제품들은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았고, 판매 직원은 IA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어떤 소매점에서는 IA가 포장지 속에 들어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제품을 만져보지도 못했다. 2세대 IA가 살아남으려면 업체들은 제품을 효과적으로 팔 수 있도록 장소 선정 및 판매직원 교육에도 주력해야 할 것이다.

만약 벤더들이 앞에서 지적한 문제점들을 제2세대 인터넷 응용제품에서 해결하지 못한다면, 제3세대 IA는 존재하지 못할 것이다. 다른 통신 기기들(예를 들면 이동 및 고정통신기기)이 기존 IA를 지원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IA 벤더들이 매력적인 IA를 올 4·4분기까지 시장에 내놓을 확률은 50% 이하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모든 벤더들이 고전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한 벤더들은 2003년까지 IA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게 될 것이고 2004년 이후에도 고속 성장을 계속하게 될 것이다.

<정리=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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