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은 살아있다>(2)조직문화 패러다임 변화-신조직문화 역기능

「우리나라만의 신조직문화가 필요하다.」

우리 기업들이 외국의 조직파괴제를 앞다퉈 수입하면서 사람 중심이면서 평생직장에 기초한 인사체계에 익숙한 우리 정서와 부딪치는 등 역기능이 나타나고 있다.

일시적이고 단편적으로 처방하는 「무늬만 직급 파괴」를 벌였기 때문이다. 발탁승진·호칭파괴 등 특정부문과 사람에 대한 직급파괴가 일고 있지만 일시적이고 단편적인 처방이어서 대부분 구성원은 연공적인 직급체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절대 다수가 기존의 직급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탁승격의 한계가 있고 발탁승격자는 「왕따」를 당하는 등 견디기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특히 내부의 사업특성이나 조직구조·직원요구 등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대다수 기업들이 획일적으로 직급체계를 설정함으로써 단지 조직관리의 편의성과 비용절감을 위해 일괄적인 직급체계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짙었다.

또 일부 발탁인사나 직급단계를 축소하면서 왜 직급파괴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노사간의 공감대 형성이 부재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 등 외국산 인력시스템으로 인해 일부 기업은 소화불량 증세마저 보이고 있다.

사실 팀제는 직급보다는 업무능력에 따라 조직을 유연하게 운영하기 위해 만들었다. 이에 따라 3∼4년 전부터 우리나라 대기업을 중심으로 앞다퉈 이 제도를 도입했으며 팀제식 사내조직이 생산성과 경쟁력 향상에 직결된 것으로 받아들였다.

외국의 경우 팀제를 통해 개인의 능력을 정확히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적절한 보상을 해주는 데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는 형식만 팀제를 취하고 내용은 예전의 과·부제와 같았다는 지적이다.

서구형 인사체계로 인한 부작용은 또다른 사회문제로 비화할 소지도 많다. 직급파괴는 치열한 경쟁과 조기은퇴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조직의 응집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사회가 고령화되는 데 반해 이들이 일할 자리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결국 더 효율적인 업무수행을 위해 수십년간 관행을 바꿔 도입한 팀제가 실제 업무에서는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업무 이외의 분야에서 오히려 효율성을 발휘할 수도 있다.

우리가 신봉했던 직급파괴 등 미국식 인사스타일은 우리 조직문화가 소화하기에는 버거운 면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 정서와 조직 문화에 맞도록 선진제도를 토속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직급수는 축소하고 폭은 넓게 가져가는 미국식 직급체계의 재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연공을 대체할 만한 명확한 객관적인 직무분석 및 평가제를 만드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기업을 따라가는 수동적인 직급 조정에서 벗어나 직급 구조조정의 명확한 자체 논리를 개발하고 실시하기에 앞서 이해 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수렴과 사전홍보를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구성원간에 공감대를 먼저 형성하고 나서 직급파괴를 도입하는 것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조건이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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