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KAIST 석좌교수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사용이 금지된 프레온가스 대신 개발돼 일반 에어컨 등에 사용되고 있는 HCFC 등 대체물질의 경우 오는 2040년이면 그나마 지구상에서 사용이 전면 금지됩니다. 수소반응을 이용한 비냉매 공조시스템은 그런 의미에서 사용범위가 무한히 확대될 것입니다.』

최근 지르코늄 계열의 수소저장합금인 신물질을 개발해 청정에너지원인 수소로 꿈 같은, 냉매 없는 에어컨을 만드는 데 성공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재영 석좌교수(61·재료공학과)는 『이번에 개발한 시스템은 수소가 수소저장합금과 결합할 때 발열반응이 일어나 난방용으로 이용이 가능하고 수소저장합금이 수소와 분리될 때 열을 빼앗는 흡열반응이 일어나는 원리를 응용한 것으로 상용화가 가능한 시제품을 개발한 것은 세계에서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가 개발한 지르코늄계열의 수소저장합금은 같은 부피의 기존 고압탱크(120기압)에 수소를 저장하는 것보다 5배 이상 많은 수소를 저장할 수 있고 저장압력을 10기압 이하로 자유로이 조절 가능해 큰 열량을 얻을 수 있으며 가벼우면서도 안정성이 우수한 게 특징.

고효율의 수소저장합금으로 수소연료전지자동차, 수소냉방기의 상용화를 가능케 한 이 교수는 금속재료 상에서 수소의 확산 특징과 결합에너지량을 측정하고 수소 때문에 철이 잘 깨지는가를 구명하는 「수소열분석법」을 확립, 세계 학계에서도 권위를 인정받는 「수소박사」다.

이 교수는 이 연구로 과학자들 사이에서 최고의 영예로 꼽히는 한국공학상을 수상, 최근 대통령으로부터 상을 수여받았다.

『저에게 연구는 취미와도 같은 것입니다. 즐거운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게 행복이지요. 이따금 연구비 문제로 곤혹스러울 때도 있지만 우수한 학생들과 함께 연구에 몰두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그는 『좋은 아이디어를 내주고 같이 노력한 젊은 후학들과 함께 기쁨을 나눴다』며 『앞으로 젊은 과학자들에게 무언가 남겨주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시간이 갈수록 앞선다』고 말했다.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포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28년간 과학기술에 종사한 한국과학기술계의 원로급인 이 교수는 지난 98년부터는 KAIST석좌교수로 연구에 몰두하면서 89명의 석사와 38명의 박사를 배출해냈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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