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은 살아있다>(1)단점은 무엇인가

■원천기술이 없다

『정말 해도 너무 합니다. 국내 중소 경쟁업체들은 신제품이 나오기가 무섭게 100% 완벽하게 복사한 제품을 내놓습니다. 독창적인 부분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외국계 커넥터업체인 A사의 임원은 국내 중소 커넥터업체들의 베끼기 관행이 도를 넘어서기 시작했다며 법적인 대응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이같은 국내 전자업체들의 무분별한 베끼기의 표적은 비단 선진 외국기업의 제품에만 머물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국내 동종업체끼리의 서로 베끼기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몇가지 신제품을 개발했지만 그때마다 경쟁사에서 복사한 제품을 더 싼 가격에 내놓아 개발비도 제대로 못 건진 경우가 허다합니다.』

안정기업체인 B사의 사장은 안정기업계가 몇년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건설경기 위축보다도 서로간의 불신으로 신제품 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이 더 큰 이유라고 진단한다. 국내 전자업계에 만연한 베끼기 풍조는 기업의 개발의욕을 저하시켜 전반적인 국내 전자산업의 경쟁력 저하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같은 국내 전자업계의 베끼기 풍조는 통계상으로도 확연히 드러난다. 특허서비스업체인 IFI클레임스(http://www.ificlaims.com)가 세계 최대의 시장인 미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특허획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50개 기업에 한국업체로는 1442개를 기록한 삼성전자만이 유일하게 4위를 차지해 50개 기업 안에 들었을 뿐이다. 이에 비해 일본의 경우 소니(6위, 1394개), 도시바(8위, 1264개), 후지쯔(10위, 1169개) 등 상위 10위권에만 절반에 가까운 4개사가 포함됐다. 한국과 일본 기업간의 경쟁력 차이가 무엇인지 확연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국내 기업들 사이에 베끼기 관행이 만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전자업계에 「일단 검증된 제품을 복사하면 개발비도 아낄 수 있고 어느 정도 판로도 확보되는데 혼자서 튀어봐야 나만 손해」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베끼기 관행은 장기적으로 볼 때 경쟁력 있는 기업이 시장에 파고들 여지를 줄이고 이는 다시 소비자들의 외면과 전체 업계의 위축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베끼기 풍토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기업은 물론 소비자와 정부가 한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은 당장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기 보다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신제품 개발에 주력해야 하며 정부는 기업이 연구개발에 전념할 수 있도록 철저히 법·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빼놓을 수 없는 점은 우량한 제품에 대해 제값을 치르는 소비자들의 현명한 판단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브랜드가 없다

제록스·레고·스와치·할리데이비슨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얼핏 보아 아무 연관이 없는 듯한 이들은 각 상품을 대표하는 브랜드다.

이들 브랜드는 세계 어느 지역에서나 복사기와 조립식 장난감, 시계, 모터사이클의 대명사처럼 쓰인다. 세계시장에서 브랜드가 갖는 경쟁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브랜드(brand)」는 사전에 「특정한 매주(賣主)의 제품 및 서비스를 식별하는 데 사용되는 명칭·기호·디자인 등의 총칭」이라고 돼 있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브랜드가 갖는 중요성은 커진다. 그렇다면 과연 국내 정보기술(IT)업계에도 국제무대에서 통하는 브랜드가 있을까. 이에 대해 많은 국내 관계자들의 대답은 부정적이다. 『국내 IT제품 가운데 진정한 의미의 브랜드는 없다』고 단정하기도 한다.

온라인시대에 브랜드의 중요성은 한층 강하게 부각된다. 인터넷이 확산되면 될수록 브랜드 로열티는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온라인시대에는 브랜드 로열티에 따라 반복적인 구매성향을 보인다. 품질을 사전에 확인할 수 없는 제품일수록 브랜드 로열티가 높아진다.

이런 점에서 온라인시대에 소비자가 단지 브랜드만을 보고 구입할 수 있는 국내 제품이 있는가에 대해 지극히 회의적이다.

대표 브랜드를 육성하지 못한 것을 한탄한 국내 굴지의 대기업 사장의 일화도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국내 IT업계가 경쟁에서 완전히 뒤처진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제조업의 패러다임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며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컴퓨터가 더이상 PC를 대표하지 못하는 시대다. 아마존이 더이상 온라인서점의 대표주자도 아니다.

미국 다트머스대학의 케빈 레인 켈러 교수는 일류 브랜드가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관심사를 파악하고 맞추는 데 뛰어나다』고 설명한다. 또 『관리자가 브랜드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해야만 일류 브랜드로서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점에서 국내 IT기업도 가능성이 있다. IT시대에는 더 많은 변화가 수반된다. 소비자는 새로운 흐름에 걸맞은 소비를 끊임없이 탐색하는 만큼 국내 IT기업들이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면 국내업계도 일류 브랜드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브랜드는 기업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따라서 국내 IT기업들은 소비자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많이 파는냐 하는 것보다 더한 생명력을 지닌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중저가」와 「모방」으로 상징되는 브랜드 이미지를 떨쳐내야 하는 과제가 덧붙여진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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