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보통신 관련 부품·소재사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일진그룹의 투자배경에 관련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룹의 모태인 일진전기공업이 설립된 지 올해로 34년째를 맞고 있음에도 불구, 일반인에게는 사업형태가 알져지지 않을 정도로 보수적인 경영을 전개해온 일진그룹이 대규모 투자를 수반한 공격적인 사세확장을 추진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올해 일진그룹이 신규사업용으로 설정한 투자규모만도 3000억원을 상회하고 있다. 지난해 일진그룹 전체 매출 9100억원의 30%를 상회하는 규모다. 이는 일진그룹이 창업이래 단일 회계연도 사상 최대 규모다.
올해 기업공개를 앞둔 일진다이아몬드와 일진소재산업이 투자의 양축을 이뤄, 앞으로 이들 기업이 일진그룹의 미래를 담당하는 성장 엔진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우선 공업용 다이아몬드를 생산하고 있는 일진다이아몬드는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유기EL, 리튬탄탈레이트, 나노튜브 등 첨담 정보통신 부품·소재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중 TFT LCD와 유기EL의 경우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치열한 시장선점 경쟁을 벌이는 부문이다.
또 나노튜브 역시 차세대 반도체·디스플레이·전지 등의 핵심소재로 사용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아직까지 상용화한 기업이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이처럼 극초미세 설계기술을 요하는 나토튜브사업에 도전하게 된 것은 공업용 다이아몬드 개발에서 축적한 경험이 큰 힘이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진다이아몬드는 그동안 공업용 다이아몬드 시장 진입을 저지하려던 GE·드비어 등 다국적기업들의 방해공작을 극복, 세계시장의 20%를 차지하는 개가를 올린 바 있다.
표면탄성파(SAW) 필터의 핵심소재인 리튬탄탈레이트도 현재 전량 수입의 의존해온 품목으로 국산화됐을 경우 연간 수백억원의 수입대체 효과는 물론 국내 이동통신부품 자립화에 한획을 그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진이 전북대학교 반도체물성연구소와 공동으로 설립한 「퀀테코」도 그동안 세간에 알져지지 않은 신소재 벤처형 기업이다. 퀀테크는 차세대 반도체로 떠오르고 있는 질화물 반도체 및 발광소자를 개발, 생산하게 될 것이라는 게 일진측의 설명이다.
특히 질화물 반도체 산업 분야에서 일본 다음으로 일진이 진출한 첨단 반도체 영역으로 상업화할 경우 전세계적으로 세계시장 선점효과가 크다는 것. 일진이 추정하고 있는 질화물 반도체 시장규모는 연간 4억달러 정도다.
국내 유일의 인쇄회로기판(PCB)용 동박 생산업체로 국내 수요의 절반 정도를 공급하고 있는 일진소재는 동박에서 축적한 경험을 살려 전해콘덴서에 들어가는 알루미늄박을 생산, 각종 전자부품용 박막류 생산 전문업체로 도약할 계획이다.
일진다이아몬드와 일진소재산업이 신사업 분야로의 진출을 통한 공격적 투자에 나선다면 (주)일진은 수직계열화를 통해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투자에 무게중심
이 실려 있다.
일진은 그동안 광케이블은 생산해왔으나 핵심소재인 광섬유를 경쟁사나 일본업체로부터 수입, 가격경쟁력에서 선발업체에 뒤져왔다. 일진은 이같은 불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 광섬유사업에 직접 참여하게 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현재 국내 광섬유 수요가 공급을 훨씬 초과한 것도 일진의 광섬유사업 진출을 부추긴 것으로 보여진다.
일진의 한 관계자는 『현재 LG전선·대한전선·삼성전자·머큐리(구 대우통신) 등 4개사의 광섬유 연생산량은 국내수요(약 600만f㎞)를 훨씬 웃돌고 있으나 자사 케이블용 및 수출물량 위주로 배정하고 있어 공급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일진은 우선 50만f㎞의 광섬유를 생산, 광섬유의 자급체제를 구축하고 나아가 설비증설을 통해 해외시장을 공략한다는 장기 비전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정보통신 소재 전문으로 변신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가 거의 마무리되는 오는 2003년께 일진그룹은 외형이 1조5000억원을 넘어서는 중견그룹으로 발돋움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국내 대다수 기업들이 유통·건설 등 사세확장이 손쉬운 분야로 진출하는 형식의 덩치 불리기에 적극 나서는 데 비해 일진은 오로지 전자정보통신 부품 및 소재산업에 주력하는 「선택과 집중」 경영의 전형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일진그룹의 진로에 재계의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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