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모험<5>
이러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전군 자동화시스템의 필요성과 그에 대한 결정이 내려져야 하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예산 문제였다. 연간 8천억원이 추가되어 5년간 4조원이 들어가는 일이라면 여야간에 예산 책정을 놓고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것은 국방부라든지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관철하기에는 상당한 정치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행정적이면서 정책적인 변화를 가져와야 하는 일이 산재한다. 그것을 이룩하려면 정치적인 로비를 감행하여야 하고, 그만큼 자금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프로젝트가 국방력의 현대화라는 바람직한 명분이 있기 때문에 대통령의 의지만 있다면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는 최고 통치권자도 쉽게 실행할 수 없는 일이 많다. 그것은 정치적인 이유로 무리한 수를 놓지 않기 때문이었다.
『제가 정계에 들어와서 그 프로젝트를 해보라는 뜻인가요?』
『안 될 것도 없지 않는가? 당장 예산이 너무 많이 들어서 그렇지 언젠가는 해야 될 일이고, 바람직한 일이 아닌가?』
『고무적인 말씀이군요. 저는 미처 그것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정계에 들어올 것을 결심할 때는 그러한 부가가치도 생각하고 있는 줄 알았지. 그렇지 않았다면 자넨 너무 순진하군. 걱정이 되는군.』
『무슨 뜻입니까?』
『자네같이 순진한 자가 견딜 수 있을까 하고 말이야.』
그는 빙긋 웃으면서 나를 쳐다보았다.
『선배님에게 비교하면 아이지만, 저도 산전수전 다 겪었습니다.』
『선거일이 앞으로 1년도 남지 않았네. 정확히 11개월 정도 남았지. 자네 소유의 주식이 2조원이라고 들었네.』
『그 정도 될 것입니다만.』
『그 중에 10%에 해당하는 2천억원을 정치자금으로 만들게. 자네와 나 사이니까 모든 것을 까놓고 말하지. 가능하겠지?』
『가능합니다.』
『그 중에 5백억원을 당에 내놓게. 당도 돈이 필요하니까. 그것이 자네의 전국구 값이라고 생각해도 되네. 왜 그렇게 비싸냐고 하지 말게. 자네에겐 그만한 돈이 있으니 그 정도는 내놓을 수 있지 않겠나?』
나는 잠자코 있었다. 그의 말을 거부해서가 아니라, 약간 어이가 없었다. 당에 정치자금을 어느 정도 내놓을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그렇게 많이 요구할 줄은 미처 몰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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