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특허정보를 활용하라

◆강인규, P&IB 대표 igkang@korea.com

지난해 자금비리 문제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벤처기업가들 때문인지 요즘 벤처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천민자본주의를 탈피하지 못한 소집단」이라는 평가가 한 축을 이루고 있다. 다른 한 축은 「그래도 우리 경제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평가인데, 이 또한 지금 희망적이라기보다는 앞으로 희망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다분히 내포하고 있다. 필자 또한 이 같은 바람을 갖고 있으나 대부분의 벤처기업이 신기술 개발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간과하고 있어 침통할 따름이다.

최근 한 벤처기업으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왔다.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특허침해 문제가 발생해 상대방의 특허권을 회피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살펴보니 이 벤처기업에서 양산을 앞둔 제품에 채용한 기술과 같은 기술이 이미 타인에 의해 특허로 등록돼 있었던 것이다. 결국 그 벤처기업은 이미 개발 완료된 제품을 변경하느라 밤을 지새우게 됐다.

이는 요즘 흔하게 접하는 벤처기업들의 실상이다. 보통 벤처기업들은 창업준비 과정에서 한두 가지의 신기술 아이템을 선정한다. 신기술 아이템 선정을 위한 아이디어는 재직 당시의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국내외 박람회에서, 각종 기술뉴스 관련매체에서 얻는다. 그리고는 기술구현과 사업화를 위해 창업을 한다. 이때쯤 그들을 만나면 「우리의 아이템은 이제까지 없던 신기술」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그러나 이들은 각종 매체와 박람회 등에서 소개된 기술은 적어도 1∼2년 전에 대부분 특허정보로서 공개된 것이라는 점을 간과한다. 사실 알면서도 실제로는 소홀히 여기기 때문에 낡은 정보에 근거한, 다분히 헛수고가 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감행해 버린다.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나게 되는가.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돈 좀 된다 싶으면 특허침해 경고장을 받는가 하면 제소당하고 만다. 이는 각종 매체에 실린 애널리스트들의 증시분석 리포트를 보고 모든 자금을 주식에 투자하는 오류와 다르지 않다.

기술과 관련한 최신 정보는 특허정보와 다름없다. 특허정보는 특허등록을 위해 신청되는 기술에 대해 각 국의 특허청에서 일정기간이 경과한 후에 공개하는 정보다. 그리고 선진국의 경우 상품이 시장에 출시되기 1∼2년 전의 개발 과정에서부터 특허등록을 신청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특허정보는 상품이 시장에 출시되기 훨씬 이전에 그 상품에 대한 기술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기술정보가 되는 셈이다.

때문에 기술동향과 현재까지의 기술 수준을 파악하기 위한 정보로는 특허정보만큼 신속성과 정확성을 가진 정보가 없다. 이런 특허정보를 각 국의 특허청에서 공개하는 이유도 후발로 참여한 기술개발자가 중복투자하는 일을 방지하고, 현재의 기술 수준을 정확히 판단해 더 나은 기술을 개발하도록 장려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특허정보를 우리나라 벤처기업들이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 개발 착수에서 종료까지 특허정보 조사분석은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자신들이 개발하는 기술과 유사한 기술이 언제 누구에 의해 특허로 출원돼 있는가를 제대로 살피고 문제가 발견되면 그때 그때 새롭게 기술 개발 방향을 수정하면 헛수고를 범하지 않아도 된다.

기술 개발 과정에서 특허정보를 조사하고 분석해 활용하는 일은 헛수고를 방지해주기도 하지만 기발한 아이디어를 공짜로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기술에

대한 예측감각을 키워주는 더 큰 혜택이 있다.

우리나라 벤처기업들이 너나 없이 지식정보사회의 선두주자임을 자처하고 있듯 내부 기술 개발 환경도 함께 개선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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