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HDR 찬반 논란

이동통신업계가 미국 퀄컴(http://www.qualcomm.com)의 고속 데이터 전송기술인 HDR(High Data Rate)에 시선을 모으고 있다. 한국통신프리텔·한국통신엠닷컴을 필두로 SK텔레콤 등이 HDR 서비스 도입을 검토하면서 장비업체들까지 기술 개발을 서두르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HDR가 동기식 이동통신산업을 새롭게 부흥시킬 것』이라는 다소 성급한 기대를 표시했다. 비동기식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장비 개발을 전략적 목표로 삼은 LG전자까지 HDR 기술 확보에 힘을 기울일 만큼 무대 중앙으로 등장하는 추세다. 그러나 HDR가 퀄컴이 종용하는 「억지 춘향」인 데다 시장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측면에서 『재고할 여지가 있다』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HDR가 국내 이동통신산업에 새 바람을 일으킬 것인지, 아니면 1∼2년 내 사생아로 전락할 것인지 주목된다.

◇도입배경 ● 지난 99년 퀄컴은 한통프리텔에 1억달러 상당의 지분을 투자하면서 HDR 도입을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다. 이는 2.5세대이동전화(IS95C 및 cdma2000 1x) 망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IS95C 도입 여부조차 불투명하던 당시로서는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SK텔레콤이 IS95C서비스를 앞장서 추진하면서 자연스럽게 한통프리텔·한통엠닷컴·LG텔레콤의 2.5세대이동전화 망 구축이 이뤄진 것이다. 급기야 지난해 12월에는 어윈 제이콥스 퀄컴 회장과 한통프리텔 이용경 사장이 만나 HDR 도입을 재확인하기에 이르렀다.

016의 HDR 행보가 빨라지면서 SK텔레콤·LG텔레콤 등의 경쟁사를 자극했으며 장비업체들이 시스템 및 단말기 시장 선점을 위한 준비 태세에 돌입한 것은 당연한 수순. 이후 이동통신업계는 기술적인 유용성, 저렴한 투자, 시장가치 등을 앞세워 HDR에 「살」을 붙여가고 있다.

◇찬성론 ● 동기식 통신장비 시장의 르네상스(부활)에 대한 기대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HDR 기술이 거의 설비투자가 마무리된 cdma2000 1x 통신망을 기반으로 실질적인 3세대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구나 HDR는 올해를 기점으로 최대 전송속도 2.4Mbps급 cdma2000 1x EV(Evolution)-DO(Data Only)에서 5.2Mbps급 이상의 EV-DV(Data & Voice)로 거듭날 태세다. 즉 이동전화 단말기와 함께 별도의 데이터 전송기기를 구비해야 하던 단점이 해결되고 이동전화 단말기만으로 음성통화와 데이터통신을 함께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곧 IMT2000보다 2년여를 앞서 3세대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는 뜻. 따라서 국내 통신장비업체들의 HDR 기술 개발 열기가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당장 HDR가 상용화되면 굳이 IMT2000 사업권 획득에 목을 맬 이유가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론 ● 한국퀄컴의 김성우 대표는 『자동차(HDR)는 있으나 고속도로(통신망)가 없다』고 말했다. HDR를 언제든지 상용화할 수 있는데 서비스 기반이 취약해 상용화가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루 빨리 HDR를 도입하자는 얘기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퀄컴을 도와달라는 얘기』라고 폄하했다. 그는 『HDR가 기존 통신망을 이용해 데이터 전송속도를 끌어올리기 때문에 최소 투자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세계적으로 상용화된 사례가 없다』며 『퀄컴이 한국을 HDR의 모르모트로 삼은 것』이라고 풀이했다.

또한 업계 일부에서는 『이동통신의 세대 전환(2G→3G)이 본격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사업자와 장비업체들이 HDR를 부각시키는 것은 「짧은 시간에 보다 많은 상품을 팔아보자」는 속셈』이라고 주장한다. 즉 이동통신사업자와 장비업체들은 이미 cdma2000 1x 기반시설 투자를 감행했으므로 그 안에서 최대의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HDR가 필요하다는 점에 암묵적으로 동조한다는 것이다.

결국 IS95C(cmda2000 1x) 단말기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HDR 단말기를 새로 구입할 것인지 고민하고, 빠르면 1년 내 다시 IMT2000과 HDR간 우열을 견주며 자신의 주머니 속 형편을 살피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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