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가경쟁력협회 보고서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비즈니스 과정 교수는 「미 경쟁력협의회(회장 멜크 길마틴)」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미국 정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가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 등 연구기관에 대한 R&D 투자를 소홀히 했던 일본이 국가경쟁력을 크게 상실한 것을 교훈삼아 미 정부는 「세금 감면」 등 단기적인 경제 활성화 노력을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R&D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것이 바로 IT 혁신을 촉진시키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그는 밝혔다.

이 보고서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비교를 위해 조사한 우리나라의 GDP 대비 「R&D 투자율」과 「연간 R&D 투자증가율」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85년 GDP 대비 R&D 투자율이 1.4%에서 98년에는 이보다 2배 이상인 2.9%를 기록했다. 이 같은 증가율은 전체 조사국 15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이다.

98년 현재 GDP 대비 R&D 투자율 1위를 기록한 나라는 스웨덴으로 85년 당시 2.8%에서 98년에는 3.8%로 1% 정도 늘어났다. 미국의 경우 99년 R&D 투자비율이 약 2.8%로 최악의 경제 침체기를 겪었던 85년의 3%보다도 낮아졌다.

연간 R&D 투자 신장률에서도 우리나라는 최고의 성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5∼98년 동안의 연간 신장률이 23%를 기록해 싱가포르 21%, 아일랜드 14%, 호주 11%를 제치고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최고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 91∼99년 동안의 신장률이 75∼80년(4.37%), 82∼90년(4.39%)보다 낮은 3.43%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포터 교수는 한국의 높은 R&D 투자율과 신장률이 분야별로 고른 투자를 실시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 정부는 85∼99년 동안 생명과학, 물리학, 공학, 수학 분야에 GDP 대비 2%에 가까운 비용을 투자해왔다.

보고서는 국가별 기초과학 관련 학위취득자의 현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미국은 최근 몇년 동안 기초과학 학위취득자가 격감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으며 우리나라와 영국이 가장 왕성히 전문인력을 배출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나이 24세로 특정지어져 조사된 기초과학(공학 포함) 학위취득자의 비율에서 9%선로 나타난 우리나라는 독일과 호주 8%, 일본 7%보다 앞섰으며 미국 5%보다 2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포터 교수는 미국의 이 같은 낙후성에 대해 『민간에 편중된 R&D 투자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전문 인력의 양성에도 힘을 기울이지 않으면 세계 IT산업을 이끌어오던 미국의 기술력 토대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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