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사업자, 제조업체 「밀월관계」 백태』

이동전화사업자와 단말기 제조업체간 밀월관계가 한창이다. 소문난 잉꼬부부는 LG텔레콤과 LG전자, SK텔레콤과 SK텔레텍이다. 다만 이들의 관계는 자회사와 모기업으로 엮어진 호적상 「근친관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물량 단말기를 집중공급하고 팔아주며 탄탄한 형제애·부부애를 과시하고 있다.

LG텔레콤과 LG전자는 각별하다. 대부분의 이동전화사업자의 단말기 점유율에서 삼성전자 제품이 35%에서 40%에 이르고 있는 데 비해 지난해 LG텔레콤에서만은 23% 수준에 그치고 있다. 반면 LG전자는 38%의 시장점유율로 당당히 019 가입자 중 1위다. LG전자가 야심있게 만든 「i북」 단말기 덕분이다.

각별한 관계는 남의 눈에는 가끔 「부적절한 관계」로 비치기도 한다. 바로 SK텔레콤·신세기통신과 SK텔레텍의 관계다. 이들은 정부로부터 「부적절한 관계」라는 눈총을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사이가 너무 다정해 「미풍양속을 해칠 수 있다」며 별거를 시켰다. 공정거래위윈회가 SK텔레콤·신세기통신은 SK텔레텍에서 금년 6월까지 120만대 이상의 단말기를 공급받을 수 없다는 제한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점유율을 50%로 맞추는 순간부터는 이들은 예전보다 훨씬 뜨거운 관계를 유지할 것이 뻔하다.

이외에도 거의 약혼 단계에 이른 사업자와 제조업체의 관계도 눈에 띈다.

제조업체를 갖고 있지 못한 한국통신프리텔은 텔슨전자와 98년부터 각별한 사이다. 98년부터 「2016, 3016, 4016」이란 이름의 「자식」을 낳으면서 이들은 이미 대내외적으로 소문난 사이가 됐다. 텔슨은 지난해 016 시장점유율 중 삼성전자 36%에 이어 19%로 2위를 차지했다. LG전자·현대전자는 016에서만은 유독 텔슨전자에 뒤진다.

한통프리텔과 텔슨은 한통엠닷컴이 통합되면서 더욱 탄탄한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프리텔 마케팅부문 내에 임원급의 단말기사업담당을 두고 단말기사업기획팀, 단말기개발팀을 운영 중이다. 직원도 30여명 수준으로 자사만의 독특한 단말기를 보유하려는 프리텔·엠닷컴의 욕심이 엿보인다. 웬만한 중소업체 단말기개발팀을 능가하는 인력 구성이다.

여기에 텔슨의 단말기공급팀과 연합할 경우 011·017과 SK텔레텍을 능가하는 「불장난」도 가능하다.

LG텔레콤과 세원텔레콤의 관계도 급진전되고 있다. 지난해 여성 전용단말기인 「카이코코」를 만들면서 이들은 부쩍 가까워졌다. 세원텔레콤의 지난해 LG텔레콤 단말기 시장점유율은 11% 가량. 「부동의 물주」 LG전자와 삼성전자·한화에 이어 네 번째다. 그러나 이 수치는 다소 수정돼야 한다. 세원텔레콤 카이코코가 나온 것이 지난해 하반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조금 더 일찍 허니문에 들어갔을 경우 시장점유율은 순식간에 달라질 수도 있었다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서비스사업자와 제조업체의 밀월관계는 사업자로서는 적기에 단말기를 공급받을 수 있으며 중소업체는 확실한 단말기 공급선이 있다는 점 때문에 양쪽 모두 선호한다. 특히 서비스사업자가 타사와 차별화된 단말기를 개발해 특정고객을 다량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혹을 느낀다. 제조업체도 브랜드 인지도 싸움이 치열한 이동전화 시장에서 메이저급과 대항할 수 있으며 사업자가 마케팅을 도와주기 때문에 큰 고민 없이 이 방식을 채택한다.

그러나 문제는 있다. 이동전화사업자와의 밀월관계가 노출되면서 남들에게 시기를 받는 경우가 발생한다. 특정 서비스사업자의 유혹에 빠진 제조업체가 다른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에서 5위권 이내에 들어가는 경우는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서비스사업자가 단말기 공급선을 바꿀 경우 이미 유통 기능을 상실한 제조업체로서는 갈 길이 없어 보인다. 특정 사업자 브랜드로 굳어진 제조업체를 다른 사업자가 받아들이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1개 사업자와 밀월관계를 지속하는 이들 제조업체. 「망부석」이 될런지 「백년해로」를 할런지 두고 볼 일이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