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미 DSL시장 현황

케이블모뎀·위성 등과 함께 초고속인터넷 접속 중 하나인 디지털가입자회선(DSL) 서비스가 미국에서 크게 인기를 얻고 있다. 작년 1·4분기에 60만명이였던 가입자가 지난해 말 기준 200만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주요 DSL업체 중 하나인 노스포인트커뮤니케이션(NorthPoint Communication)이 미 지역전화 1위 업체인 버라이전과 합병 계획이 취소된 후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등 회선을 임대해 사업에 나선 DSL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다. 다음은 프랑스 IT 시장조사 및 컨설팅회사인 이다트(Idate http://www.idate.fr)가 작성한 미국 DSL 시장에 대한 보고서 요약이다.

◇미국 DSL 시장 현황

2000년말 현재 미국의 DSL 가입자는 210만명이 넘는다. 이는 2000년 1·4분기에 고작 60만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가히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런 성공은 인터넷과 인터넷 기술을 미국이 장악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이다트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고 분석한다.

첫째, 시장을 지배한 사업자가 네트워크의 구성요소를 함께(번들) 판매하는 것을 금지한 규정이 통신법(Telecom Act)에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이 조항은 미연방통신위원회(FCC)가 제안한 것인데 이로써 DSL 사업자들은 전체 회선을 빌리는데 필요한 15∼20달러를 지불하지 않고도 전화 사업자와 회선을 공유하는 값으로 5달러만 지불하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코로케이션(co-location)비용 같은 외부 비용도 지불할 필요가 없게 됐다.

결국 새 조항은 미국의 지역전화사업자(RBOC:Regional Bell Operating Company)들이 시장을 다양화하고 장거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둘째, 미국내 DSL의 확산은 케이블 네트워크의 확대에 자극받았다는 점이다. 케이블 서비스업체인 익사이트앳홈(Excite@home)에 가입한 가입자는 200만명이고 로드러너(Roadrunner)의 가입자는 100만명에 달한다.이 때문에 미국은 전화의 디지털화 수준이 낮아 DSL이 발전하는데 있어 불리하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케이블망을 이용하는 DSL서비스 회선 수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이러한 빠른 확대는 최소 2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작년에는 DSL 서비스가 서비스 불량, 호환 기준 부족, 신규지역전화사업자(CLEC:Competitive Local Exchange Carrier)와 지역회선사업자간의 법적 공방, 설치 때까지 긴 대기시간 등으로 발전에 제한받기도 했다.

DSL사업자들이 이미 경험한 바와 같이 광대역(브로드밴드) 접속 서비스에는 엄청난 투자가 선행된다. 또 순수 DSL업체들의 사업모델은 빈약하다. 따라서 DSL 회선 임대사업자들은 지금까지 많은 투자를 받으며 고속성장을 구가했지만 수익성에 불안을 느낀 투자자들이 돌아서면서 이제 사업 확대 계획의 취소와 직원 정리해고라는 구조조정을 통해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 시련기를 맞고 있다.

반면 자체 망을 이용해 서비스에 나서고 있는 기간 통신사업자들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2000년 말 현재 미국 제1위 DSL 서비스 제공업체인 SBC는 매일 3000∼4000 회선을 설치하고 있는데 2002년 말까지는 SBC 고객의 80%가 DSL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이 가정용인 미국의 현 DSL 서비스 시장은 ILEC(Incumbent Local Exchange Carriers)라고 불리는 기간통신사업자가 장악하고 있으며 이 회사들이 총 DSL 가입자의 75%(160만명, 4·4분기에만 35만명 추가)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 주요 기간통신사업자들

-SBC는 미국 제2위의 지역전화업체(6130만 회선 보유)인 동시에 제1위의 DSL 서비스 제공업체다. 이 업체가 작년 9월말 기준으로 제공한 DSL 회선은 51만6000 회선이었으며 이 가운데 11만7000명을 3·4분기에 추가했다. SBC는 자사 고객이 선호하고 있는 인터넷 접속 서비스 제공업체인 프로디지의 주식 45%도 보유하고 있다. 이는 프로디지의 가입자를 늘려 주는데 일조했지만 상당한 자금을 쏟아부어야 하는 부담도 뒤따랐다. 이번 지분 투자로 SBC는 프로디지와 서비스 명칭을 공동 사용하는 대신 고객 서비스 및 과금 업무를 관리하기로 했다. 대신 프로디지는 SBC 고객에게 e메일 및 포털 콘텐츠를 제공하고 매월 가입자로부터 요금을 받게 된다.

-버라이존은 지난해 벨애틀랜틱과 GTE의 합병으로 탄생한 업체로 2000년 말 현재 54만명의 DSL 고객을 두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8월 DSL 도매업체인 노스포인트(NorthPoint)를 합병하려 했지만 이 회사의 부채 문제 등 여러가지 문제가 돌출하면서 주가가 수직 추락해 무산됐다. 양사는 합병으로 6300만명의 신규 고객 확보를 예상했었다.

-지역전화사업자인 벨사우스는 DSL 가입자가 21만5000명으로 2000년 4·4분기를 마감했다(6월말에는 7만4000명, 9월말에는 13만4000명이었다). 이 회사는 46개 지역에 걸쳐 1150만명의 전화가입자를 두고 있는데 이들이 「패스트액세스(FastAcess)」 인터넷 서비스의 잠재 고객이다.

-지난해말까지 25만명의 DSL 가입자를 예상한 퀘스트(Qwest)는 작년 3·4분기에만 3만8000명의 신규 가입자를 유치했다. 퀘스트는 올해 말까지 14개 주, 70개 이상의 지역에서 가정 및 기업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DSL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어려움 겪는 DSL 도매업체들

미국 DSL 서비스 시장에는 기간통신업자인 ILEC들이 제공하는 소매형 서비스 모델외에 DSL 회선 임대형 모델도 존재한다. 이는 CLEC들이 주로 하고 있으며 기업 고객과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DSL 단말기를 설치해 주고 있다.

이들 CLEC의 장점은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들은 매출이 늘어나도 경쟁상대인 ILEC에 회선을 의존해야 한다는 점, 리셀러로서 고객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 백본 제공업체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 DSL 장비의 표준화 부족 등의 단점 때문에 수익성 창출에 실패하고 있다.

CLEC중 3개사 즉, 코바드·노스포인트·리듬스넷커넥션스가 전체 CLEC에서 제공하는 DSL 서비스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매출은 급속히 늘어나고 있지만 흑자전환은 아직까지 요원한 상태다.

-코바드는 1997년말 샌프란시스코에서 서비스를 개시했다. 지난해 말까지 코바드가 제공하는 DSL 회선수는 27만개에 달했다. 코바드 DSL 서비스 이용자중 50%는 SDSL이며 고객 1인당 월 평균매출은 약 75달러에 달하고 있다. 이 회사는 매우 빠른 매출 신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월가의 투자자에게 믿음을 줘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코바드는 99년 6월부터 12개월 동안에 1억5000만달러의 수입과 3억630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회사의 재정 압박은 다른 DSL업체와 마찬가지로 2000년 3·4분기에 극에 달했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 미국 지점의 직원을 20∼30% 줄이기도 했다.

-노스포인트는 작년 3·4분기까지 8만7300 회선의 DSL을 설치했다. 이 회사는 99년 6월부터 12개월간의 실적에서 6200만달러의 매출과 3억1500만달러의 순손실로 부진했다.

2000년 8월에는 노스포인트와 버라이전이 DSL 사업을 합병하기로 발표했으나 3개월 후인 11월에 노스포인트의 주가가 추락하자 버라이전은 이를 취소했다. 노스포인트는 ISP 고객(약 31%)에게 대금을 제때 받지 못했기 때문에 재정 압박이 코바드보다 훨씬 심했다. 결국 노스포인트는 올 1월에 파산보호(챕터11)를 신청하고 말았다.

-리듬스넷커넥션스는 작년 9월까지 총 4만7000 가입자를 확보했다. 99년 6월부터 2000년 6월까지 매출은 2900만달러, 그리고 순손실액은 4억1000만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2001년 사업에 필요한 자금은 현재 충분하다고 밝히고 있다.

<정리=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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