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평등사회를 만들자>8회-지역간 정보격차 현황

지역주의는 지방자치제와 풀뿌리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지역색」이라는 굴절된 모습으로 한국사회 곳곳에 투영돼 있다. 이미 한국사회에서 지역주의는 지역색과 동일한 의미와 현상을 상징하는 용어처럼 굳어져 버렸다는 느낌도 든다.

그렇다면 산업화의 시대를 거치며 고착화의 길을 걸어온 지역주의라는 사회병리적현상은 디지털신경제체제 하에서도 여전히 의미를 갖고 자신의 왜곡된 형질을 후대에 전이시킬 것인가. 아니면 정보화를 매개체로 삼아 지역간 정보격차·문화격차 해소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인가.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정보시대가 도래하면 정보의 생산 및 유통이 과거 산업시대보다 빨라지고 계층간 벽이 허물어지면서 지역간 정보격차가 지금보다는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사람들간 의사소통구조도 지금보다 민주적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내비친다.

◇현황=이같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은 한 조사결과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정보문화센터가 지난해 하반기에 발표한 「2000 정보생활 실태 및 정보화 인식조사」에 따르면 한국사람 가운데 42.4%는 정보화가 지역적인 격차를 줄일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28.4%의 사람들은 정보화가 지역간 격차 해소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체적으로 정보화가 정보격차 해소에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부정적인 의견보다는 우세하다.

그렇다면 실제 정보화는 지역간 정보격차 해소에 도움이 될까. 이 문제를 규명하기 위해선 지역간 정보 접근성이나 정보통신 인프라가 동일해야 한다는 전제가 따라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 우리나라는 도시와 농촌간 또는 대도시와 중소도시간에 정보 인프라 구축 정도나 정보 접근성이 동일하지 않다. 여기다 최근 날로 심화되고 있는 농촌지역의 공동화 및 고령화 현상으로 지역간 정보격차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사실 대도시를 제외한 농어촌지역의 PC보급률이나 인터넷 이용률은 최근 몇년새 빠른 속도로 확산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지난 97년 국내 농촌지역의 PC보급률은 18.7%에 불과했으나 최근에는 25∼30%선까지 높아졌다. 그러나 이 수치는 전국 평균 PC보급률인 66%선에는 크게 못미치는 것이다.

인터넷 이용률도 도시와 농촌 지역간에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인터넷 이용률은 98년의 12.4%에서 37%까지 높아졌다. 물론 농촌지역의 경우도 지난 98년의 0.6%에서 지난해에는 7.3%까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전히 전국평균과는 차이가 난다.

최근 한국인터넷정보센터가 조사한 「인터넷 이용자 및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대도시와 중소도시의 인터넷 이용률이 각각 47.5%와 44.7%인 데 비해 군단위지역은 33.3%수준으로 뚝 떨어진다.

대도시나 중소도시를 벗어나 읍면 단위로 들어가면 ADSL 등 초고속통신망의 사각지대도 여전히 많다.

◇사례=강원도 속초에 인접한 고성군에 살고 있는 군인가족인 조형모씨(가명·37)네 가족은 지난해 하반기 초등학교 4학년생인 딸의 컴퓨터 교육을 위해 몇몇 통신사업자들에게 ADSL망 등 초고속통신망 가입에 관해 문의했다. 그러나 이 지역이 ADSL망 미설치지역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할 수 없이 데이콤의 천리안에 가입, 전화회선을 통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 같은 또래의 도시지역 아이들이 ADSL 등 초고속통신망을 이용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조씨는 『얼마전에 정부가 초고속통신망 구축을 2년이나 앞당겨 전국망을 구축했다고 공식 선언했으나 아직도 시골에는 정보통신서비스의 사각지대가 많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제주지역의 경우 제주시를 중심으로 초고속통신망이 집중 깔려 있으나 북제주나 남제주 등 외곽으로 가면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제주지역 소프트웨어 전문업체인 큐빅아이 직원이면서 현재 시 외곽인 산남에 살고 있는 지모양은 『현재 집에서 한국통신의 ADSL망에 가입해 인터넷 등 정보검색을 하고 있는데 통신회선 개통이나 서비스에 별 문제는 없는 상태』라고 말한다. 하지만 한국통신을 제외한 다른 통신사업자들의 경우 제주시를 벗어나 산남·북제주·남제주 등 외곽지역에는 통신망이 별로 깔려 있지 않아 가입자들이 불만이 많다고 전한다. 한국통신을 제외한 타사업자의 초고속망에 가입할 경우에는 시설이 미비돼 실제 개통까지는 최소한 6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린다고 한다.

◇원인과 대안=이처럼 지역간에 통신 인프라 구축 정도가 다른 것은 정보화에 대한 욕구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이유도 있지만 통신사업자들이 경제성과 수익성을 이유로 들어 초고속망 투자를 기피하는 것도 큰 원인이다.

대부분 통신사업자들은 아직 초고속망이 구축돼 있지 않은 읍면지역이나 산간오지에 ADSL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최소한 100명 이상의 가입자가 있어야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면소재지의 경우 단 몇명의 수요자를 위해 통신망을 깔기는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지적이다. 유선망 대신 위성인터넷이나 무선인터넷 등을 고려할 수는 있으나 아직까지는 무선 및 위성 인터넷 시장 자체가 크게 활성화해 있지 않은데다 통신요금도 일반인들이 사용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수준이어서 농어촌이나 산간지역 주민들이 이용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역간 정보격차의 원인으로 통신 인프라와 지역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의 부족, 젊은층의 농어촌 이탈과 노령화 추세 등을 꼽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들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정책적인 차원에서 농어촌 PC보급 확대, 도서벽지 학교에대한 통신요금 할인, 지역밀착형의 콘텐츠 개발 또는 커뮤니티 활성화 등 지원책이 다각도로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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